[대입]수시합격 대거 탈락사태

  • 입력 2001년 12월 3일 18시 32분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3일 고교 3학년 교실은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들의 탄식과 한숨으로 가득했다.

학생들은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점수가 떨어질 줄은 몰랐다” 며 자신의 점수가 믿기지 않는 듯 통지표를 몇 번씩이나 확인하며 허탈해 했다.

학생들은 특히 올해 총점 누가(累加) 분포표가 공개되지 않아 자신의 점수가 어느 위치인지를 알 수 없게 되자 지원 대학을 선택하기가 어렵다며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허탈한 수험생=성적표를 받은 학생들은 수능시험 당일 이미 ‘점수 대폭락’ 을 예상했기 때문에 그다지 큰 충격을 보이진 않았으나 침울한 모습은 역력했다. 일부 학생은 “이미 재수할 결심을 했다” 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시험 시간이 부족해 자신이 적어낸 답안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던 일부 학생들은 가채점 결과보다 실제 점수가 10점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서울 K고 3학년 부장교사는 “상위권 학생들은 대체로 가채점 결과와 실제 점수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으나 중위권 학생들은 가채점과 실제 점수 간에 차이가 크다” 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과학고에서는 수능시험을 치른 48명의 학생 가운데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학생들이 가채점보다 실제 점수가 평균 6∼7점 낮게 나오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 학교 이모군(18)은 “의대에 진학하려 했는데 생각보다 10점가량 낮게 점수가 나와 1년 동안의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간 기분” 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2학기 수시모집에 조건부로 합격한 수험생들은 자신의 점수가 최저 자격기준에 들지 못할까봐 두려운 듯 성적표를 조심스레 열어보기도 했다.

서울 K고 이모군(17)은 “서강대 2학기 수시모집에 합격했는데 3등급을 받아 자격기준에 들지 못했다” 며 “언어영역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았다면 무난히 합격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진학지도 고민하는 교사=고교 3학년 담임 교사와 진학담당 교사들도 답답하고 불안하기는 학생들과 마찬가지였다. 대학별로 전형방법이 천차만별인 상태에서 총점 누가분포표마저 공개되지 않아 무슨 근거로 진학지도를 할지가 막막하기 때문.

서울의 한 교사는 “총점 누가분포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널뛰기 난이도’ 등 일관성 없는 입시제도에 대한 비판을 일시적으로 막아보겠다는 것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 이라고 비난했다.

진학담당 교사들은 또 점수 폭락으로 중하위권 점수대에 수험생들이 많이 몰려 있어 극심한 눈치작전과 하향 안전지원 추세가 예상됨에 따라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서울 B여고 3학년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성적표를 토대로 대강의 성적 분포를 산정하고 있지만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며 “결국 입시학원의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정확한 지도가 불가능하게 됐다” 고 말했다.

서울 Y고 3학년 부장교사는 “예전처럼 담임교사가 진학상담을 전적으로 맡기가 어려운 형편이므로 학생들 스스로 지원할 대학의 입시정보를 자세히 파악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민동용 김창원 박민혁기자>mindy@donga.com

▼언어영역 최고 118점 수리영역 만점자 1072명▼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예상대로 총점에서 만점을 받은 수험생이 나오지 않았다.

영역별로는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언어영역에서 원점수 기준으로 120점을 받은 수험생이 한 명도 없었고 118점이 최고점이었다.

수리영역(80점 만점) 만점자는 인문계 196명, 자연계 875명, 예체능계 1명 등 1072명이었고 사회탐구영역 만점자는 인문계(72점 만점) 128명, 자연계(48점 만점) 450명이었다. 과학탐구 만점자는 인문계(48점 만점) 45명, 자연계(72점 만점) 75명 등이었고 외국어영역(80점 만점) 만점자는 인문계 1724명, 자연계 1447명, 예체능계 30명 등이었다.

제2외국어(40점 만점)는 인문계 8668명, 자연계 196명, 예체능계 56명 등 8920명이 만점을 받아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총점 0점을 받은 학생이 25명이나 됐지만 올해는 총점 누가분포표가 공개되지 않아 파악이 되지 않았다. 다만 영역별 0점자는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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