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검찰 뒷조사’ 점점 사실로

  • 입력 2001년 12월 3일 18시 22분


지난해 말 ‘진승현(陳承鉉) 게이트’ 수사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이 검찰 수사상황을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이 나옴에 따라 소문으로만 떠돌던 ‘국정원의 검찰 뒷조사’가 사실일 개연성이 커졌다.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들은 “상부의 외압도 큰 문제지만 국정원이 관련된 부분을 수사할 때는 모든 것을 걸고 수사해야 할 만큼 사태가 심각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일들은 과거 정권 때부터 검찰이 주요 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벌어졌다. 97년 5월 김기섭(金己燮) 전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의 전신) 운영차장을 수사하던 심재륜(沈在淪·현 부산고검장) 대검 중수부장 수사팀은 정보 기관원의 도청과 테러 공포에 시달렸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3일 “안기부 직원들이 민간인 신분이 된 김기섭씨의 구속을 막기 위해 모든 인맥과 방법을 동원하다가 구속 직전에는 돈 봉투까지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서울지검이 지난해 김형윤(金亨允) 전 국정원 경제단장의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도 즉시 수사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도 ‘국정원의 뒷조사와 역공(逆攻) 위험’이었다는 것이 일선 검사들의 실토다.

국정원이 쥐고 있는 ‘정보의 위력’ 때문에 피의자에 대해 막강한 공소권을 갖고 있어 권력의 본체로 인식되는 검찰도 국정원에 대해서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검사들은 말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간부급 검사들일수록 국정원 직원이 과거부터 축적된 ‘인물 존안자료’를 꺼내며 ‘공직자 비위 첩보’를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말하면 대부분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검사와 변호사들은 “국정원 직원의 수사 개입 사실이 지금 돌출되는 것은 검찰의 의지 때문만은 아니지만 ‘국정원 게이트’ 수사를 계기로 장막에 가려져 있던 정보기관의 비리가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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