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중재 위헌제청 안팎]"노동권 보호-무리한 파업"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17분


서울행정법원이 16일 공익사업장의 쟁의행위에 대한 직권중재를 규정한 현행법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심판을 제청한 것은 과거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헌재는 96년 ‘병원과 지하철 등 필수 공익사업장의 노사교섭이 결렬될 경우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할 수 있으며 회부된 날로부터 15일간 모든 쟁의행위가 금지된다’는 법 규정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을 주장했지만 정족수인 6명에 1명이 부족해 나온 결과였다.

당시 합헌 결정의 근거는 △신속하고 원만한 쟁의타결이라는 공익적 필요성 △노사 쌍방에 냉각기간을 부여한다는 목적의 정당성 △중재 내용에 대한 사후 법적 구제절차의 존재 등이었다.

그러나 직권중재 제도는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정당성 여부에 상관없이 쟁의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만들어 공권력 투입의 빌미를 제공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이것이 결국 노동자의 해고와 구속, 노사간 각종 민형사상 소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서울행정법원이 이날 직권중재 제도에 대해 위헌제청 결정을 내리면서 당시 헌재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한 것은 이런 현상에 대한 문제 제기로 해석된다.

재판부는 “공익사업장의 쟁의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것만이 공익 보호를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고, 법적 구제절차는 실효성이 거의 없으며, 쟁의행위 금지는 사실상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박탈하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밝혔다.재판부는 또 사용자가 직권중재 제도에 의존해 노사협상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아 결국 노사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등 오히려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직권중재가 지금까지 사용자의 불성실한 교섭에 면죄부를 주고 노조의 활동을 불법으로 탄압하는 구실을 해온 만큼 위헌결정이 날 경우 노동자의 기본권이 보장돼 오히려 파업이 줄어들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국내 노동현실을 볼 때 노조측의 무리한 협상 요구나 ‘파업을 위한 파업’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어 헌재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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