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이란 교역금지 규정, 당사자간 계약 부정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43분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가 무역 당사자들간 맺은 법적인 계약에 대해서까지 효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21부(최철·崔喆부장판사)는 15일 파산회사인 해태상사가 “미국 회사가 생산한 공장설비를 이란에 수출했다는 이유로 42만5000달러의 신용장 대금지급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니 이를 지급하라”며 미국의 뱅크원 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미국이 95년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위해 제정한 대(對) 이란거래규정은 자국민이 당국의 승인없이 이란과 거래하거나 제3국을 통해 금융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이 당사자간 계약의 효력까지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는 무허가 술집을 운영하는 업주가 처벌되더라도 이곳에서 술을 마신 손님들은 업주에게 술값을 내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며 “문제의 규정은 미국인과 이란 사이의 경제 활동을 금지시키기 위한 단속법규이므로 행위의 사법(私法)상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해태상사는 미국 T사가 제작한 공장설비를 이란 S사에 판매했으나 T사가 제대로 하자보수의무를 이행하지 못하자 99년 S사에 일단 42만5000달러를 지급한 뒤 T사의 신용장이 개설된 뱅크원 은행을 상대로 대금지급을 요구했지만 “이란과 교역을 금지한 자국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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