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대입]널뛰는 난이도…수험생만 골탕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39분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사상 유례 없이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나자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8일 교육인적자원부와 수능시험 출제를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됐고 홈페이지에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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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위원회는 당초 “수능 성적을 상위 50%의 수험생이 100점 만점에 77.5±2.5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일선 고교들이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한 가채점 결과는 사설 입시기관들의 예측보다 하락폭이 더 큰 40∼70점 하락으로 나오고 있다

난이도 조절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현 정부 출범 직후 취임한 이해찬(李海瓚) 전 교육부장관이 추진한 새 교육정책의 첫 적용을 받은 이른바 ‘이해찬 1세대’로 불리는 현 고3 수험생들의 낮은 학력 수준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1998년 당시 중3생이던 현 고3생들에게 처음 적용됐던 이 정책은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내용의 대입 무시험전형이 뼈대.

수능시험의 난이도 조절이 쉬운 일은 아니다. 94학년도 수능은 같은 출제진이 문제를 냈는데도 1차 시험의 전체 평균이 100점 만점에 49.2점, 2차는 44.5점으로 4.7점이나 차이가 났다. 2차에서 성적이 오른 학생은 3%에 그쳐 수능 2회 실시가 1회로 바뀌게 됐다.

수능 출제진이 대부분 교수들로 구성돼 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수들은 언어 수리 영어 영역 출제에 교사가 참여하는 것을 꺼려 지난해에는 제2외국어 출제에 6명, 올해는 제2외국어와 사회탐구 과학탐구 출제에 모두 10명의 교사만 참여했다.

또 올해 수리영역의 경우 출제진이 ‘수리는 어려워야 한다’며 상위 50%의 평균 점수를 전체 평균 목표치(77.5점)보다 7.5점 낮은 70점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출제위원회의 독립성이 너무 강해 ‘통제’가 되지 않고 출제위원회에 따라 출제방침이 달라지는 것도 수능 난이도가 널뛰기를 하는 원인의 하나다. 이번에도 교육부는 “너무 어려우면 곤란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제시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또 “…옳지 않은 것은?” 같은 부정적인 질문은 답지를 모두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언어의 경우 60개 문제 중 부정적인 질문이 35개나 되는 등 출제 기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결국 수능 난이도가 해마다 달라짐에 따라 예비수험생들은 사교육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어 수능 제도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남 학부모연대 대표 김정명신씨는 “수능의 난이도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성동(金成東)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8일 “난이도 조절에 애를 썼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번 경험을 거울삼아 앞으로 수능의 난이도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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