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제 위헌인가’ 검찰-법조 시끌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35분


지앤지(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의 금융비리 사건에 대한 여야의 특별검사제 실시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대검 마약부장인 서영제(徐永濟) 검사장이 국회가 주도하는 특검제의 위헌성을 제기하는 글을 검찰 통신망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서 검사장은 “‘옷로비 의혹 사건’ 등의 전례에서 보듯 국회가 특별 입법을 하고 대한변협이 추천한 후보 중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는 절차는 법무장관이 갖고 있는 수사 및 기소 업무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3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의 경우 특검의 발동권 등을 갖고 있는 법무장관(검찰총장)이 수사권을 특검에 제한적으로 양도하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없으나 (우리처럼) 국회가 특검 임명을 주도하고 수사 범위를 정하는 것은 행정부의 수사권 침해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일부에서는 서 검사장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무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특검은 넓은 의미로 수사를 담당하는 행정부의 한 기관이고 이를 법률로 정해 신설하는 것은 국회의 고유권한”이라며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특검을 임명하는 것도 3권분립을 존중한 절차”라며 3권분립 위배 주장을 반박했다.

또 판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의 수사 범위를 국회가 정하는 것은 행정부처의 업무 범위를 법률로 정하게 돼 있는 기존 절차를 그대로 따르는 데 불과하다”며 “서 검사장의 주장은 ‘직역 이기주의’의 발로”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리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의견이 많지만 검찰 간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미묘한 시기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5일 “‘옷로비 사건’과 ‘파업유도 사건’의 특검제 도입 당시에는 분위기에 휩쓸려 이 같은 위헌 의견이 묻혀 지나갔지만 적지 않은 검사들이 서 검사장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관계자도 “개인 의견이지만 많은 검사들이 동조하고 있어 차제에 논의의 장이 마련돼 잘못된 점이 있다면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간부급 검사는 “이미 여야가 합의한 사안에 대해 뒤늦게 정면 대응하는 의견을 내놓으면 정치적으로 왜곡된 해석이 나오거나 공격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1일 대한변협의 추천과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이용호씨 사건을 담당할 특별검사를 선정하기로 하는 등 일부 쟁점에 합의한 바 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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