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고용보험 체제 전면 손질 요구

  • 입력 2001년 11월 5일 14시 58분


재계가 정부에 현행 고용보험기금의 운용 등 관련 시스템을 전면 손질하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마련한 내부 자료에서 ‘사업주가 근로자보다 3배나 많은 보험료(1000명 이상 사업장 기준)를 내면서도 정부의 사용내용에 관해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금 사용내용 감시못해▼

재계는 특히 고용보험기금을 정부와 정치권이 본래 용도가 아닌 곳에 사용해 ‘쌈짓돈’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보험 누적 적립금은 95년말 3351억원에서 작년 말에는 3조6330억원으로 급증했다.

▽문제 제기〓경총은 고용보험료가 많아 기업에는 부담이 되고 있는데도 실제 사용하지도 않은 적립금은 자꾸 쌓여가고 있는 실정이며 또 지출내용에 대한 감시 체제도 전무한 점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출산때 실업급여는 잘못▼

대표적인 사례가 11월부터 출산휴가를 가는 여성근로자의 한달분(30일) 급여를 고용보험에서 주는 것. 이 결정 과정에 실제 보험금을 조성한 재계는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는 것. 또 실업자가 아닌 휴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지출하는 것은 이상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내년에 2000억원이 출산휴가 급여로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총 이호성(李浩盛) 고용복지팀장은 “여성근로자의 모성보호 원칙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보험을 원칙에 맞게 운영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업이 구조조정을 할 때 인력을 감축하지 않으면 지급하는 고용안정지원금도 제대로 사용되지 않아 돈이 쌓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재계는 “인력 감축을 미루라는 뜻으로 해석돼 구조조정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일용직 가입땐 재정악화▼

▽재계의 대안과 정부 견해〓경총은 재계와 노동계 등이 함께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고용보험기금 운영을 관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원회를 통해 경제상황에 맞는 실업자 수를 추산, 실업급여 적립금 규모를 합리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도 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재계는 2003년부터 일용직 건설노동자도 고용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재정악화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동부는 “적립금이 쌓이는 고용안정사업의 보험료율을 현행 0.3%에서 0.2%로 0.1%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재계의 보험료 부담은 1500억원(작년 기준)이 준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적립금이 쌓이는 고용 안정사업의 보험료율 인하 등 재계의 주장을 포함하여 전반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주 근로자 공동부담▼

◆고용보험=95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됐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안전망 재원으로 활용됐다. 실업급여 고용안정 능력개발 등 3가지 사업을 진행한다. 실업급여 보험료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50%씩 부담하고 있으나 고용안정, 능력개발 보험료는 사업주만 내고 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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