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前官' 전화변론 다시 도마위에

  • 입력 2001년 9월 19일 19시 34분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이 지난해 5월 지앤지(G&G) 이용호(李容湖) 회장을 변호하게된 과정이 드러나면서 검찰 고위직 출신의 ‘전화변론’ 관행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전장관은 임휘윤(任彙潤) 당시 서울지검장에게 전화 한 통을 하고 그 대가로 1억원이라는 큰 돈을 받았다. 법조인들은 지난해 진승현(陳承鉉)씨 금융비리사건에 이어 이번 사건에서도 ‘전화변론’ 관행이 드러난 것에 유감을 표시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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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윤리규정〓대한변호사협회가 제정한 ‘변호사 윤리장전’ 중 윤리규칙 제20조는 ‘의뢰인에 대한 윤리’의 하나로 위임장 제출 및 경유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는 사건을 수임하였을 때는 소송위임장이나 변호인 선임신고서 등을 해당기관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를 제출하지 아니하고는 전화, 문서, 방문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변론활동을 하여서는 아니된다.”(1항)

같은 조 2항은 변호사가 소송위임장이나 변호인 선임신고서를 공공기관에 제출할 때는 소속 지방변호사회를 경유(확인받는 절차)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윤리규칙의 규정은 변호사의 공적 활동인 변론활동을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변론과 해명〓김 전장관은 이 회장이 지난해 5월9일 서울지검 특수2부에 긴급체포된 뒤 KEP전자에서 변호사 선임을 의뢰하자 “대가로 법률구조기금이나 내라”며 이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김 전장관은 다음날 오전 임 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내 판단에는 문제가 된 KEP전자 사건이 불법이 아닌 선진 금융기법인 것 같다는 변호사로서의 법률적 견해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후 김 전장관은 중간에 소개를 맡은 사업가에게서 1억원을 받았다.

김 전장관은 이처럼 사건을 수임하고도 위임장이나 선임신고서 등을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 또 임 지검장이 김 전장관의 절친한 검찰 후배인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개인적인 관계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장관은 “내가 현직 시절에도 내사 사건에 대해 변론하면서 선임계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변협 규칙은 단지 내부 규칙에 불과하지만 이를 어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전장관은 이어 “후배에게 전화한 것이 영향력 행사라면 대법관 출신이 법정에 나가는 것은 영향력 행사가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법조계 반응〓판사 출신인 K변호사는 “‘한번 검사는 영원한 검사’라는 검찰 조직의 생리에 비춰볼 때 은밀한 ‘전화변론’은 ‘수사상 진실’과 법률시장의 질서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MCI코리아 대표 진승현씨 금융비리사건을 변론했던 검찰총장 출신 J변호사는 ‘전화변론’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수임료를 즉시 반환하고 사임하기도 했다.

검찰 간부출신인 L변호사는 “검찰이나 법원 고위직에서 퇴직한 사람들은 후배와 조직을 위해 가급적 직접 변론활동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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