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특혜의혹]"누구를 봐주려고…" 서로 의심

  • 입력 2001년 8월 9일 18시 23분


인천국제공항 유휴지 개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제기된 핵심의혹은 ‘외압의혹’이다. 검찰의 수사도 이를 밝혀내야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 있다. 또 공항공사의 당사자들로부터 상대에 대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이 부분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1, 2위 평가업체 직권조정 적극 검토〓강동석(姜東錫) 사장과 공항공사는 ㈜원익컨소시엄을 1위 업체로 평가한 평가단에 재평가를 요구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18일 L법무법인과 김모 변호사 두 곳에 몇 가지 법률자문을 요청했다.

자문을 구한 사항은 △재평가를 의뢰할 경우 법률적인 문제점 △공사가 직권으로 평가결과를 조정할 수 있는지 여부 △기존절차를 무시하고 새로운 투자자 모집절차를 시행할 수 있는지 여부 등 세 가지였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강 사장과 공항공사가 평가단에 재평가를 요구하는 선을 넘어서서 직권으로 1, 2위 업체를 뒤바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도 되는지 여부를 검토했다는 점이다. 토지사용료 부분을 문제삼아 원익을 배제하고 2위 업체로 평가받은 ㈜에어포트72를 직권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는 문제를 적극 고려했다는 뜻이다.

공항공사는 “직권조정을 해도 문제가 없다” “직권조정보다는 재평가 절차를 밟으라”는 상반된 법률자문 결과를 지난달 27일 평가단에 보내 재차 의견을 구했다. 이에 평가단은 다음날 “원익측이 307억원의 토지사용료를 추가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원익을 배제하기보다는 협상과정에서 공사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상 조건을 마련하라”고 회신, 직권조정 가능성은 무산됐다.

▽외압 여부〓이상호(李相虎) 전 공항공사 개발사업단장은 민간 사업자 선정 평가위원회의 1차 평가 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국중호(鞠重皓) 행정관이 전화를 걸어와 2위 업체를 선정하도록 사실상 압력을 넣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압이 있었다 하더라도 청와대 내 지위에 비춰 국 행정관을 외압의 ‘실체’로 보는 관측은 많지 않다. 또 강 사장은 “국 행정관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고 3급인 행정관이 해운항만청장을 지낸 나에게 압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공항공사가 그동안 수없이 발주한 프로젝트에 대해 일절 관여하지 않았던 강 사장이 이번에는 적극 개입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랜 공직 생활로 ‘자기 관리’에 철저한 강 사장이 의심을 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을 보면 ‘보이지 않는’ 실세의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항공사 주변에서는 “외압이 있었다면 국 행정관은 ‘깃털’이고 ‘몸통’은 따로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토지 사용 기간 연장 시도〓강 사장은 5월14일 공사 확대간부회의에서 골프장 등으로 활용될 유휴지의 토지 사용 기간 연장 검토를 지시했다. 2020년까지로 돼 있는 인허가 및 공사 기간으로는 투자자들이 수익을 낼 수 없으므로 기간을 늘리도록 하라는 것.

인허가 및 건설에 필요한 시간이 4∼5년인 점을 감안하면 2020년까지 투자자들이 올릴 수입을 공사측이 보장해줬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통상 개발이 끝나고 영업에 들어가면 건설 투자비가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수입 대부분이 이익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전 단장은 “에어포트72 컨소시엄측이 수익성이 없다고 평가받고 있는 사업에 1700여억원을 토지사용료로 내고 청와대와 정치권을 동원한 전방위 로비를 펼치는 것은 사업기간 연장 또는 영구임대를 염두에 둔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강 사장이 여권 실세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에어포트72측을 의식하고 사용기간을 연장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토지사용료 항목 누락〓사업개발팀이 3월 작성한 사업설명서 평가 기준 항목에는 토지사용료가 있지만 사업제안서 마감을 하루 앞둔 6월21일 새로 만든 사업계획서 평가계획안에는 ‘토지사용료’ 항목이 ‘토지사용기간’으로 변경돼 있다.

강사장 측은 새 평가계획에 따라 1차 심사에서 토지사용료에 대한 심사를 하지 않아 토지사용료도 적고 구체적인 납부 계획이 적혀 있지 않은 ㈜원익 컨소시엄이 심사를 통과했다고 주장한다.

공사가 3월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기업들에 제시토록 요구한 토지사용료 납부 관련 서류에는 취득세 등록세 등 세금 및 사용료 산출근거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원익의 사업계획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다.

이 때문에 원익의 1차 심사 통과를 위해 고의적으로 평가 기준을 변경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데 이 전 단장은 이를 실무자 실수라고 해명한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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