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 암소 조형물 세운다

  • 입력 2001년 7월 21일 17시 32분


민중미술가 임옥상(51)씨와 스위스.

지금도 미 공군 폭격훈련장이었던 매향리의 폭탄과 탄피로 '반미(反美) 조형물'을 만드는 작가와 목가적인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 사이에는 어떤 접점도 없을 듯하다. 그런 둘이 한반도의 분단때문에 인연을 맺는다.

오는 8월 1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위스 캠프에서 열리는 제710주년 스위스 건국기념일 리셉션에서는 스위스의 상징인 암소 조형물이 들어선다.

낙농국인 스위스의 농부들이 자식같은 소에 이름을 붙이듯 스위스의 중감위원들은 하늘로 날아오를 듯 거대한 날개를 펼친 이 알루미늄 암소(길이 2m, 너비 3m50cm)를 '엘자'(Elsa)로 이름짓고 녹음이 푸르른 캠프 앞뜰에 '풀어 놓는다'.

'엘자'는 지난 2월부터 공들여 온 임옥상씨의 작품이다. 처음 주한 스위스대사관을 통해 중감위측의 아이디어를 접할 때만 해도 별다른 감흥은 없었는데 첫 현장탐방 후 의욕이 생겼다.

'너무도 따뜻하고 고요한 봄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비무장지대가 있고 중립국감독위가 현존했습니다. 일상에서 잊어 버리기 쉬운 분단의 현실을 '엘자'를 통해 일깨워 주고 싶었습니다'

엘자의 집은 종로구 송월동 스위스대사관 마당이었다. 98년 취리히에서 소 조형물 퍼레이드가 열린 후, 흰 플라스틱 소재의 암소 조형물 3개가 이곳으로 공수됐다.

지난해 주한 독일인 학생들이 이중 하나를 퍼즐 형식으로 장식하고 머리에는 꽃을 달아 '한이무'라는 예술품으로 만들었고 '한이무'는 그후 서울의 주요 화랑에서 순회 전시되고 있다. 임옥상씨에게 맡겨진 것은 풀을 뜯는 형상의 두번째 소.

'판문점에서 저는 자유를 떠올렸습니다. 소에게도 자유를 주자. 날개를 달기로 했습니다. 소는 우유와 노동력, 마지막에는 고기까지 제공합니다. 자신을 공격하는 인간을 되받아칠수 있는 도구로 저는 소에게 포크와 나이프를 줬습니다' 판문점으로 가는 길 옆 파주시 도내리 작업장. 임옥상씨는 알루미늄 주물로 소의 몸통을 만든 뒤 고물상에서 구입한 1만여개의 양식 포크, 나이프, 숟가락으로 두 날개를 엮어 독특한 조형미와 번쩍이는 광택의 엘자를 마무리해 가는 중이다.

작품에는 예상액의 6배인 1200만원이 투입됐다. 스위스대사관은 스위스관광청과 문화홍보청의 재정 지원으로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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