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실수' 잇단 배상판결…변호사들 "보험들자"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45분


법무법인 ‘한강’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변론상의 실수와 이로 인한 의뢰인과의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변호사 책임 보험’에 가입키로 했다.

최재천(崔載千)대표변호사는 28일 “변호사도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미리미리 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뢰인에게도 믿음을 줄 것”이라고 보험 가입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화재가 98년 10월부터 판매한 ‘변호사 책임보험’ 상품에는 지금까지 4개의 중소 법률회사에 소속된 10여명의 변호사가 가입했다.

변호사들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이른바 ‘변호사 과오 소송’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 특히 최근 변호사의 잘못에 대해 잇따라 내려진 고액배상판결을 놓고 일부 변호사들은 “변호사의 실수에 대한 법원의 태도가 강경해지고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지법은 26일 의뢰인으로 하여금 분쟁 상대방에게 대지 사용료를 내도록 하지 않아 패소하게 한 S변호사에게 1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으며 1일에는 의뢰인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넘긴 K변호사에게 위자료 2000만원의 배상을 판결했다.

두 판결은 변호사 과오 소송의 대표적인 두 가지 유형. 둘 다 패소했지만 전자는 ‘변호사가 변론 의무를 다했더라면 의뢰인이 반드시 이겼을 경우’이고 후자는 ‘변호사가 의무를 다했더라도 승패 여부는 불확실한 경우’에 해당한다. 법원은 전자의 경우 변호사에게 직접 책임을 묻고 후자는 의뢰인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판결을 내린다.

우리나라에서는 50년대 후반부터 간간이 소송이 제기됐으나 S변호사 사건처럼 직접 책임을 물은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은 1000만원 이하의 위자료 판결이 내려졌었다.

서울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의사 변호사 기자 등 전문직에 대한 사회의 기대 수준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의뢰인에 대한 변호사의 책임 범위나 책임을 지키지 못했을 때의 위자료 액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한변협은 변호사 과실로 인한 법률 소비자들의 피해 구제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변호사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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