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올 스톱' 위기…대한항공-아시아나 노조 12일 파업

  • 입력 2001년 6월 7일 18시 36분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위원장 이재원·李載元)은 노사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12일 0시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도 7일까지 실시된 파업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12일 파업에 돌입할 방침이어서 ‘항공대란’이 예상된다.

울산 효성과 전남 여천NCC 노조가 파업 중인 가운데 두 항공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승객이 큰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주름살을 만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노조(조종사 제외)는 6일까지 실시한 찬반 투표에 재적 조합원 2456명 중 2037명이 참가해 1664명(81.7%)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노조측은 “7차에 걸친 협상에서 기본급 정액(16만7500원) 인상과 휴일근로수당 등 7개 수당 신설 등을 요구했으나 회사측이 성의 있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지난해 적자 규모가 1560억원에 이르고, 올 들어 3월 말까지 적자 규모가 1200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기본급을 4.5% 올리는 선에서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노동부는 노사가 5일 예정됐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회의를 자진해 11일로 연기하고 교섭을 계속하기로 합의해 막판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는 안전운항 보장 차원에서 야간비행수당, 노조간부비행수당(월 120시간분 보장) 등 15가지 수당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해 적자가 3500억원이며 이미 4월에 비행수당을 시간당 1만2000원(월 100만원)씩 일률 인상했다”면서 “노조 요구대로 할 경우 조종사 임금이 56.5%나 인상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노사가 교섭권을 각각 민주노총 공공연맹과 경총에 위임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노동계와 재계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민주노총은 예년과 달리 대형 제조업체의 노조들이 잠잠한 가운데 ‘6월 총력투쟁의 선봉’으로 대한항공을 꼽고 있다.

한편 노동부 관계자는 “8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교섭을 계속하라는 행정지도 처분이 내려질 경우 12일의 파업 돌입은 불법이 된다”며 “불법 파업에 따른 주동자 구속 등의 부담과 ‘고소득자의 무리한 요구’라는 여론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 예상과 예약객 대처〓파업이 단행될 경우 하루 매출 손실액은 아시아나항공 50억원, 대한항공 200억원 정도. 하루 10만여 승객(대한항공 7만7000명, 아시아나항공 2만5000명)의 발이 묶이게 된다. 게다가 무더기 결항에 따른 국제 신인도 하락과 이에 따른 국가적 손실, 승객 불편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승객들은 12일은 물론 13일에도 가급적 두 항공사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파업이 하루 만에 타결되더라도 조종사들의 휴식 규정(비행 전 12시간 휴식) 때문에 그 다음날까지 항공기 운항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12, 13일 항공편을 예약한 승객들은 수시로 항공편 취소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대한항공 02-1588-2001, 아시아나항공 02-669-8000

▽병원도 문제〓서울대병원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13일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산하의 나머지 19개 노조도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측은 “지난해 의보수가 인상으로 경영상태가 좋아졌으므로 임금을 12.7%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병원측은 지나친 요구라며 거부하고 있다.

이 밖에 사측의 인력감축 방침에 반발해 온 사회보험노조(옛 지역의보노조)도 민주노총의 일정에 맞춰 12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114안내국 분사방침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한국통신 계약직노조도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114 전화안내 및 통신 정비 업무에 차질이 우려된다.

<송진흡·김준석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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