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단계적 개발]사업 중단땐 정치적 부담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52분


정부는 25일 새만금 사업 ‘순차적 개발안’을 확정하면서 “지루한 찬반 논쟁을 거쳤지만 사업을 중단시켜야만 할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서…”라고 밝혔다.

새만금 사업 중단을 주장했던 시민단체와 학계가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논쟁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진작부터 중단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사업을 중단했을 경우의 ‘정치적 부담’이 더 크다고 판단한 때문.

새만금 사업은 애초 경제적 논리보다는 개발에서 소외돼 온 전북지역 발전이라는 정치적 논리로 시작됐다. 때문에 91년 첫 삽을 떴으나 예산이 제대로 배정되지 않아 공사가 지지부진했고 99년 환경단체 등의 사업 중단 요구가 제기되면서 전국적인 환경 문제로 부각됐다.

이런 가운데 전북지역 민심은 “영남 정권에서 시작된 사업을 호남 정권이 중단하려 한다”며 극도로 악화됐다. 올 4·26 지방선거 재·보선 직전 민주당 김중권(金重權) 대표가 새만금 사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도 민주당이 텃밭인 군산 등에서 참패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논란을 둘러싸고 정부가 보여온 우유부단한 행태도 지적돼야 할 대목.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새만금 사업만 생각하면 답답하다”고 토로하면서도 총리실이 알아서 정리해 줄 것을 기대한 반면 총리실은 은근히 청와대가 나서줄 것을 바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결정은 3차례 이상 연기됐다. 안병우(安炳禹) 전 국무조정실장이 경질된 것은 새만금 논란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2년 동안 공사를 중단시켜 놓고 국민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쳤으나 결국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비판도 있다. 99년 5월 민관합동조사단이 구성돼 14개월 동안 20억원 가량의 예산을 들여 수질 갯벌 경제성을 분석했지만 조사위원들간에 깊이 있는 토론은 거의 없었다. 새만금 사업 결정을 위한 ‘물관리 민간위원회’도 최근 9개월 동안 한차례도 열리지 않다가 25일 새만금 사업 결정을 앞두고 부랴부랴 소집돼 ‘들러리 위원회’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경제논리와 후손의 미래라는 관점에서 냉정하게 접근하기보다 눈치보기로 일관함으로써 분열상만 증폭됐다. 또 국책사업에 대한 여론수렴 과정도 생산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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