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생종나무 '바람앞 등불'

  • 입력 2001년 2월 28일 18시 42분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언제쯤 서울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남산에서 울창한 소나무숲을 볼 수 있을까.

서울시가 28일 공개한 서울의 ‘나무지도’에서는 남산의 소나무숲이 전체 나무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회복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부터 불붙은 남산제모습찾기 사업을 통해 남산에 소나무를 집중적으로 심은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게 서울시측의 설명.

그러나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워졌다.

대기오염 등에 의한 도시 온난화 현상으로 기온이 높아질 경우 많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는 가죽나무가 남산 등 산림지 6곳과 수림지 4곳 등 총 10곳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것.

번식력이 강하고 빨리 자라서 60년대 가로수로 심었던 가죽나무가 시가지가 아닌 산림지역에 퍼져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서울의 ‘환경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이번 결과는 서울시가 99년부터 2년간 서울 전역의 산림 현황을 실제 조사한 내용이다.

▽토지이용 현황〓1월 현재 서울에서 건물 도로 등으로 덮인 시가화지역이 전체 면적의 57.5%인 3만4966㏊. 나머지는 산림 25.9%, 하천지역 8.7%, 경작지 5.1%, 조경지역 2.8% 순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발 가능한 대부분의 지역이 시가지로 개발되었다”며 “앞으로는 얼마 남지 않은 녹지지역을 살리기 위한 특별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림 구성 현황〓서울의 환경지표에 ‘빨간불’을 켠 가죽나무가 집중 분포된 곳은 남산을 비롯해 관악산 줄기인 국사봉, 구로구 천완상, 강서구 용왕산, 성동구 달맞이공원, 서울과 경기 하남시 경계에 있는 강동구 일자산 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활엽수종인 가죽나무는 원래 중국산으로 조선시대에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60년대 가로수로 심은 이 나무가 난지도에서 발견된 적은 있지만 산림지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독일 베를린에서 이같은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며 “가죽나무 열매가 바람에 잘 날리기 때문에 시가지에 심어 놓았던 이 나무의 씨앗이 바람을 타고 산림지로 퍼져나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산림지의 주요 수종을 보면 사방공사를 위해 급히 심었던 아까시나무 현사시나무 등 속성 조림수가 산림 전체 면적의 42.1%를 차지했다.

뒤이어 자생종인 참나무류가 34.5%, 소나무가 13.3% 등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산림보전이 잘 이뤄진 곳에 분포하는 서어나무 물박달나무 느티나무 오리나무 산벚나무 물푸레나무 등 참나무류를 제외한 자생수종은 1.96% 정도에 불과해 대조적이었다.

서울의 산림이 ‘자연성’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입증한 셈이다.

▽향후 대책〓서울시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생태계 보전 산림지역 지정 △남산 등에 자생(自生) 수종 심기 △생태계 보전 위주의 도시개발 계획 수립 등 적극적인 생태계 보전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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