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급이상 특정高출신 제한]'억지 안배'로 지역편중 풀릴까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28분


정부가 19일 발표한 정부부처 3급이상 핵심직위에 대한 특정지역·특정고교 출신 비율제한 방침을 전해들은 한 행정학 전문가는 '한국적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이같은 극약처방을 내려야 하는 인사 풍토와 현실이 안타깝다는 얘기였다.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는 "이런 인사쇄신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지역편중 인사시비가 더 이상 계속되는 것은 국민화합과 국가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직업공무원의 인사는 능력과 보직경로 등에 따른 실적주의에 입각해야 한다는 큰 원칙을 지키면서 이같은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시작부터 적잖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핵심직위를 선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정부는 공무원이 선호하거나 국가중요정책을 다루는 200여개 주요직위에 대한 내역을 조사중이지만 선정결과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지는 의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한나라당이 "3급이상 100대 요직에 호남인사가 38명이나 포진해 편중인사가 극심하다"고 주장하자, 민주당은 "선정기준이 자의적이며 호남출신이 앉아 있는 자리만을 요직으로 분류한 측면이 많다"고 반박했다.

3급이상 공무원의 출신지역을 파악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 중앙인사위는 "출신지역에 대해 본인의사에 따라 '나는 어디 출신이다'라고 사회통념상 인정하는 곳을 기준으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90년 4월 지역편중인사를 막기 위해 공무원 인사기록카드에서 본적란을 삭제했기 때문에 출신지 파악을 위해서는 '1대1 면접'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출신학교는 고등학교만을 기준으로 해 일부대학 등의 동문 챙기기 풍토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짜 요직인 장·차관 등 정무직의 지역 및 학교편중 문제에 대해 정부는 "정무직은 국정수행에 적합한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석홍(吳錫泓)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인사운영의 경직성 등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많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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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권·하태원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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