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원조교제 전문가 진단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6시 36분


▼원조교제 10대 여학생 심리▼

요즘 아이들 표현을 빌리면 ‘인기 짱’인 친구는 옷 잘 입고, 돈을 잘 쓰는 아이다. 과거와 달리 원조교제는 숨겨야 할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오히려 원조교제로 돈을 버는 아이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YMCA 청소년상담실 이명화 실장은 “환경이 아이들을 원조교제로 내몰고 있다”고 단호히 말한다.

“원조교제에 빠져드는 아이들을 보면 3분의 2 이상이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거나 부모 불화, 결손가정 탓이죠. 집을 뛰쳐나온 아이들은 대개 비슷한 길을 걷습니다. 흔히 ‘가출→남자친구(혹은 아는 오빠)와 성관계→원조교제’ 순으로 빠집니다.”

이실장은 “원조교제 경험이 많은 아이들은 어른 또는 성에 대해 이중적 심리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저씨들 다 웃기는 ×이다. Sex만 생각한다’ ‘돈 아니면 이 짓 안 한다. 역겹다’고 생각하는 한편,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싶다’는 욕구도 강하다는 것.

“학교마다 성교육이 이루어지지만 정작 아이들은 자기 성을 중요하게 인식할 만큼 충분히 교육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혼자 금기시하다 한 번 깨지면 180도 돌변하기 때문에 원조교제에 별 죄의식 없이 뛰어들게 됩니다.”

한편 ‘애정결핍’ 때문에 원조교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아이도 적지 않다고 이 실장은 지적한다.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지 못한 아이는 누군가로부터 친밀감을 갈구하게 됩니다. 물론 아이들 눈에 비친 원조교제 상대 남성은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지만, 이들과 성관계를 가질 때 아이의 심리 저변은 순간이나마 어른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가정환경과 상관없이 요즘 아이들을 가장 자극하는 것이 ‘돈’이며, 원조교제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말하는 이 실장은 “아이들이 정당하게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원조교제 중년남성 심리▼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30대 중·후반에서 40대까지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입니다. 반면 성 생리상으로 보면 전성기가 지나 30대 후반부터 급격히 능력이 떨어질 때입니다. 적당히 쓸 돈이 있고, 사회적으로 안정된 위치에 있는 중년남성은 누구나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갖기 마련입니다.

바로 그 존재감을 말초적 감각을 통한 쾌락, 즉 성에서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 근대 이후 인간의 공통적 심리입니다.”

정신과 전문의 정동철 박사는 과거와 달리 고분고분하지 않은 아내, 사회활동에 취미를 붙여 밖으로만 나도는 아내, 남편에게 무심한 아내, ‘내 아내가 처녀였던가’ 하는 은연중 욕구불만 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많은 중년남성이 ‘신선한 여성’을 찾아나선다고 설명한다.

“특히 중년남성이 젊었을 때는 사회 분위기가 지금처럼 개방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조교제를 하는 남성 심리 저변에는 뒤늦은 보상심리도 깔려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돈이 궁한 20대, 그리고 돈과 성적 능력을 적당히 갖춘 중년남성이 그만큼 원조교제에 빠져들 확률이 높은 것이다.

한편 남성들 사이에 오래 전부터 속설로 내려오던 ‘나이 어린 여성과 관계하면 회춘한다’는 그릇된 의식도 원조교제를 부채질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심지어 올바른 길로 가면 혼자 바보 취급당한다는 생각이 요즘 사람들 의식 밑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만연한 성 개방 풍조, 돈이 전부인 세상 등 일련의 사회현상과 분위기가 맞물려 중년남성의 탈선 행각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실정입니다.”

정박사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성으로 절제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중년 남성들은 이런 사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신동아 관련기사 보기
전 서초경찰서 소년계장이 목격한 원조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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