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파업타결]'조종사노조 합법성' 막판까지 씨름

  • 입력 2000년 10월 22일 23시 09분


민항 사상 초유의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사태는 22일 하루 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노―사 갈등’ ‘노―노 갈등’ 요인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이번 파업 사태의 여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파업 사태 해결을 막판에 더욱 복잡하게 꼬이게 했던 것은 조종사 노조의 합법성 및 단체협약의 실효성 담보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었다.

대한항공에는 일반 관리직과 기술직 정비직 등 약 1만명으로 구성된 기존의 대한항공노조와 이번에 파업 사태를 일으킨 조종사노조 등 2개의 노조가 있다. 그런데 기존의 노조가 조종사들이 별도의 노조를 설립하는 것은 복수 노조이므로 불법이라며 6월 서울행정법원에 ‘노조설립필증 교부처분 취소소송’ 및 ‘교부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낸 것. 복수노조는 2002년부터 허용된다. 5월 조종사노조에 설립필증을 내준 노동부는 “조종사노조는 기존의 대한항공노조와 조직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복수노조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기존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법원 결정은 24일 내려진다. 조종사노조 측은 “효력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회사측이 우리와의 단체협약을 무효화할 수 있다”며 법원의 결정과 무관하게 노조 인정 및 단체협약 실효성 확보를 고수하기 위해 나섰다. 이에 사측은 노조 인정 여부는 법원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지켰다. 결국 노동부가 중재에 나서 ‘단체협약의 결과는 2년간 유효하며 이를 어길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한편 조종사 파업 사태는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같은 회사의 외국인 조종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일어났다.

노조측은 외국인 조종사의 경우 월 75시간으로 비행시간을 제한하고 이 시간을 넘길 경우 초과비행수당(시간당 15만원)을 지급해 왔다고 밝혔다. 반면 내국인 조종사는 성수기 때 최고 120시간 넘게 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초과비행수당도 없이 단순히 비행시간에 따른 수당(1만7000∼3만원)만 받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다는 것. 또 급여도 동일 경력의 외국인 조종사들이 받는 수준의 76%밖에 되지 않는다며 같은 수준의 인상을 주장했다.

젊은 부기장들의 외국인 기장들에 대한 반감도 파업 강행에 한몫했다. 이들은 외국인 기장 때문에 자신들의 승진 기회가 줄어든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예전 같으면 부기장으로 5∼6년만 근무하면 기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지만 외국인 기장이 들어온 이후 7∼8년이 지나도 힘들게 된 것. 그러나 회사측은 승진기간에 대해서는 건설교통부가 내려보낸 ‘항공 안전운항 지침’에서 기장 승진을 위한 최소 비행시간을 3000시간에서 4000시간으로 1000시간 늘렸기 때문에 외국인 기장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정용관·송진흡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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