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원-공무원의 3년치 월급명세서 비교]

  • 입력 2000년 9월 21일 18시 59분


대기업 부장 1년차 이모씨(40)는 월급명세서를 보면 ‘상실감’이 든다. 월급은 분명 오른 듯한데 왜 손에 쥐는 건 별반 나아지지 않는 걸까.

그러나 꼼꼼히 따져보면 이부장의 반응도 일리가 있다. 100%의 보너스가 나온 지난달의 총보수는 ‘거액’ 495만원. 그러나 의료보험료 소득세 국민연금 등 공제로만 80만원이 빠져나갔다. 거기다 추가로 이런저런 ‘특별공제’까지 떼내니 손에 쥔 건 300만원을 조금 웃돈다. 보너스로 숨통이 트이는 달인데 세금으로 목돈이 툭 잘려나가면 왠지 ‘도둑맞은’ 듯하다.

분명 샐러리맨의 ‘명목’ 소득은 늘었지만 ‘체감소득’은 여기에 미치지 못한다. 봉급 명세가 어떻게 달라졌기에 그럴까?

▽소득 증가는 ‘게걸음’, 공제 증가는 ‘눈덩이’〓보너스가 100% 지급됐던 지난달 이부장의 총보수는 495만원. 2년 전인 98년 8월에 비해 107만원 증가해 27.5% 올랐다. 이에 따른 소득세와 주민세 증가율은 37만8000원에서 56만5000원으로 약 49%.

무엇보다 의료보험료 국민연금 고용보험료 등이 67.2∼112.4%로 대폭 올랐다. 외환위기 이후 늘어난 국가 재정이 어려워져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 것. 실제 상반기 조세수입 중 각종 사회보장기여금 수입은 작년 동기보다 약 3조원이 많아져 62.5% 증가했다. 이부장의 일반공제 총액의 증가(55.4%)는 소득 증가(27.5)의 2배 이상이다.

공무원인 이모씨(36·3급 대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총보수는 35만원 올랐지만(11.6% 증가) 의료보험료가 74.2% 오르는 등 일반공제 증가율은 소득 증가의 2배가 넘는 22.6%다.

결국 월급명세서로 볼 때 이부장의 소득 중 각종 공제비율은 13%에서 16%로 커졌고, 공무원 이씨는 16%에서 18%로 늘어났다. 한 세무사는 “과세표준이 투명한 샐러리맨의 세 부담은 자영업자에 비해 턱없이 높아 박탈감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물가상승은 줄줄이〓한국은행에 따르면 98년 8월말에서 올 8월말까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3.7%로 낮은 편.

그러나 일반 서민의 생활과 밀접한 수도료(상하수도) 휘발유 도시가스 대중교통비 등의 인상폭은 10% 내외나 됐다.

수도료는 99년에 98년보다 평균 16.6% 인상됐으며 올 8월말 현재는 작년 평균에 비해 19.7%나 올랐다. 최근의 유가상승 요인이 반영되지 않은 8월말 현재 휘발유 가격도 99년엔 전년에 비해 6.8%, 8월말 현재는 99년에 비해 7.2% 올랐다.

도시가스료도 지난해 평균에 비해 8월말 현재 11.9% 오른 상태. 또 그나마 그동안 인상폭이 작았던 전기료도 인상될 예정인데다 지난해 11월 이후 4차례나 인상됐던 의료보험수가도 연내에 다시 한번 오를 예정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분석팀 임주환(林宙煥)팀장은 “올 들어 7월말 현재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2.2%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유가가 1% 오를 때 소비자물가지수는 0.1% 올랐던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상승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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