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불법대출 의혹]금융계 제기 문제점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50분


《한빛은행 본점은 관악지점의 1000억원대 불법대출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

검찰의 수사 결과가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申昌燮·구속)씨의 ‘1인 금융 사기극’으로 모아지고 있지만 은행의 생리를 알 만한 사람들은 하나 같이 “본점이 사전에 몰랐을 리 없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한빛은행측은 “사고 적발 뒤 검찰에 고발까지 했는데…”라며 억울하다는 주장이지만 의혹을 반박할 만한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관악지점의 ‘기형 경영’〓신씨가 99년3월 부임한 뒤 관악지점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당시 400억∼500억원이던 여수신 규모가 올 8월 ‘예금 450억원, 대출 1350억원’의 기형으로 바뀌었다.

대출이 예금의 3배나 되고 부족분 900억원을 본점에서 빌려다 썼지만 본점에선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대출 1350억원 가운데 ‘본점 승인 여신’이 한푼도 없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를 본점 승인이 필요없는 1억∼3억원 단위로 쪼개 지점장 마음대로 빌려줬는데도 본점은 “관심 사항이 아니어서 몰랐고 대출금 전체를 본점 승인 없이 쓴 지점도 많다”고 강변할 뿐이다.

▽주목받은 관악지점〓관악지점은 올 1·4분기와 상반기 두 차례 강서 이문 천호 등 서울시내 22개 ‘또래 지점(Peer Group)’ 가운데 영업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발군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본점은 그 배경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A은행 관계자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지점장들은 누가 1등을 하면 앞다퉈 ‘비결’을 파악하고 본점도 그 사례를 분석 전파하기 때문에 이상 징후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본점 검사실의 ‘아마추어리즘’〓본점 검사실은 이미 1월 아크월드 등에 대한 관악지점의 무담보 대출이 지나치다는 사실을 적발했으나 문제삼지 않았다. 박영선 검사실장은 “그 뒤 무담보대출 비율이 낮아져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악지점의 ‘비정상 경영’은 4월에도 지적됐다. 본점 대출심사팀은 신씨가 ‘융통어음은 할인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겨 가며 4억원을 아크월드 등에 대출한 사실을 적발했으나 검사실은 ‘2주후 갚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지나쳤다. B은행 검사실 관계자는 “규정을 어겨도 돈만 갚으면 괜찮다는 논리는 상식 이하”라고 지적했다.

▽납득 못할 인사와 부행장의 행동〓구속된 관악지점 전 대리 김영민씨가 8월7일 지방으로 발령나자 ‘전화 한 통’으로 병가를 신청, 본점 대기발령을 받아낸 것도 ‘특정인을 위한 특별한 인사’라는 지적. 진단서 등 구비 서류도 없이 어떻게 인사부가 하루만에 본점 발령을 결정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수길(李洙吉)부행장이 감사 착수 시점인 8월10일 ‘문제 기업의 대표’를 집무실에서 만난 것도 미스터리. 이부행장은 “박지원장관의 조카라고 해서 만났다”고 해명하지만 그 시점은 관악지점의 사고 가능성을 보고받은 뒤라 ‘극도의 몸조심’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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