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비리 수사]최만석씨 94년 거액 입출금

  • 입력 2000년 5월 11일 18시 31분


고속철도 차량선정 로비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김대웅·金大雄검사장)는 11일 수배중인 로비스트 최만석씨(59)의 국내 예금계좌에서 94년 차량사업자 선정시점을 전후해 수억원대의 자금이 몇차례 입출금된 흔적을 포착, 최씨 계좌와 연결계좌들에 대한 추적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미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최씨와 호기춘씨(51·여), 이들의 가족명의 10여개 금융계좌 외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제3자명의의 계좌에 대해 추가로 영장을 발부받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검찰은 최씨가 국내로 들여온 돈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송금한 자금 흐름을 쫓고 있지만 이 돈이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구체적 단서는 아직 포착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최씨에 대한 1차 조사에서 93년 김영삼(金泳三)정부 출범 이후 최씨가 자주 접촉한 민주계 실세 C의원 등 정관계 유력인사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이들과 최씨의 당시 행적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명단에는 청와대나 건설교통부 등 관계쪽보다는 김영삼정부 당시 여권 정치인들이 주로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길(朴相吉)대검수사기획관은 “최씨와 최씨 주변의 관련 정보는 이미 충분히 파악했다”며 “그러나 최씨가 누구와 친하거나 접촉이 잦았다는 이유만으로 소환할 수 없으며 진술이 있어도 물증이 없을 경우 수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씨의 금품로비 의혹과 관련, 최씨가 알스톰사로부터 사후에 사례금과 로비자금을 받기로 하고 일단 국내에 있는 자신의 돈으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미국계 은행 홍콩지점에 개설된 최씨 계좌에서 자금이 국내로 들어왔는지는 확인된 바 없으며 홍콩 수사기관과 협조해 △자금이 국내에 유입됐는지 △홍콩계좌에 얼마의 돈이 남아있는지 △미국 등 제3국으로 자금이 이동했는지 등을 다각도로 조사중이다.

검찰은 최씨가 거래 성사 후 알스톰사에서 받은 11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88억원) 이외의 별도 로비자금을 받아 사전에 정관계에 뿌렸을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93년 4월 알스톰사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직접 최씨와 호기춘씨를 만나 차량사업자 선정 대책을 협의하고 “고위층에 로비를 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나 최씨의 정관계 인사 로비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이 10일 법원에 낸 호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알스톰사 회장 등 간부들은 김영삼정부 출범 직후인 93년 4월 서울 시내 C호텔에서 최씨 등을 만나 “우리가 고속철도 차량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새정부 고위층에게 로비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알스톰사측은 이어 “우리가 선정되면 계약금액의 1%를 로비 사례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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