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회원권 규제풀려 덤핑분양…예약 '별따기'

  • 입력 2000년 1월 16일 20시 03분


‘콘도 회원권은 빛 좋은 개살구.’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콘도 회원권을 원하는 기간이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는 분양업체의 말만 믿고 구입한 사람들이 콘도업체의 ‘덤핑분양사태’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성수기는 말할 것도 없고 비수기에도 방을 잡기가 힘들어 콘도업체마다 회원들의 항의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3년 전 강원도의 H스키리조트 회원권을 2000만원에 구입한 회사원 권모씨(36)는 지난해 12월 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주말을 즐기기 위해 예약전화를 했다가 담당자로부터 “올겨울은 이미 모두 마감됐다”는 대답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1년 내내 하루도 이용하지 않았는데 예약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따졌지만 콘도측 관계자는 “객실당 회원수가 많다 보니 미리 추첨을 받지 않으면 시즌기간 이용이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처럼 회원권을 갖고도 콘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관련업체들의 ‘마구잡이 분양’ 때문이다. 회원숫자가 보통 객실수의 10배 이상이나 되어 성수기나 주말에는 물론 평일에도 객실수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

이 때문에 여름과 겨울 성수기엔 예약전쟁이 빗어지기 일쑤다. 객실배정을 위해서 회원들로부터 원하는 기간을 접수받아 추첨하는 콘도업체들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회원권이 ‘콘도이용추첨 응모권’으로 바뀐 셈이다.

강원도에 있는 B리조트의 예약담당자는 “객실은 700여개지만 회원이 6000여명이나 되니 주말예약경쟁률이 7, 8대 1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고객들의 항의가 많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초 정부가 IMF사태로 운영난에 빠진 콘도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회원모집 제한규정을 풀어준 것도 부킹난을 심화한 주요 요인.

업계에 따르면 객실당 10명을 초과할 수 없던 규정이 없어지고 100만∼500만원대의 저가이용권이 분양되면서 웬만한 콘도면 객실당 회원수가 30∼40명에 달한다.

기존회원들도 불이익을 강요당하고 있다. 강원도의 Y리조트콘도 등은 올들어 사용기한이 만료되는 회원들과 계약을 갱신하면서 “회원수를 수백명 늘리려는데 동의하지 않으면 탈퇴하라”고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 회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콘도업계의 한 관계자는 “40여개에 이르는 콘도업체 중 정상적인 회원권만을 발행해 운영하는 곳은 10%에 불과하며 상당수가 편법으로 이용권 등을 남발,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객실을 잡지 못해 회원들이 아우성 치는데도 일부 업체의 경우 파렴치한 장삿속으로 비회원들을 상대로 ‘객실장사’에 나서 빈축을 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콘도는 초과부킹으로 객실이 부족하자 예약 회원들을 객실 대신 인근 여관 등에 투숙시켜 물의를 빚은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콘도운영업체측은 “비회원을 대상으로 한 행사나 대여는 회사가 여분으로 갖고 있는 객실을 이용, 회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운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임춘심(林春心)교육부장은 “콘도가 대중화되고 있지만 편법 분양이 급증하면서 회원권을 해약하려는 피해사례도 늘고 있다”며 “업체의 횡포에 대한 관리감독을 좀 더 강화하고 소비자도 약관이나 업체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한 뒤 계약하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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