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가산점 주나? 안주나?" 黨政 부활추진에 혼선

  • 입력 2000년 1월 7일 19시 53분


정부와 여당이 ‘군필자 가산점’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함으로써 공무원시험을 둘러싼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군필자 가산점제 위헌결정(99년 12월23일)으로 이미 불이익을 받은 공무원시험 탈락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데다 앞으로 실시될 시험에선 가산점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법조계에선 “당정의 결정에 위헌요소가 없지 않다”고 밝혀 군필자 가산점 문제를 둘러싼 법체계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군가산점 적용 혼란: 7일 행정자치부와 교육부, 각 지방경찰청 등에는 군필자 가산점 적용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16일 실시되는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을 준비중인 한 남성은 “도대체 가산점을 주는 것이냐, 마는 것이냐”라며 정부의 확실한 입장을 요구했다.

또 일반 순경 채용시험에 응시해 5일 면접시험을 치렀다는 한 수험생은 “면접시험에서 필기시험 성적을 75% 반영하는데 이 경우 가산점을 다시 주고 계산하는 거냐”고 질문했다.

이달 중순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있는 중등교원 임용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도 “위헌 결정에 따라 가산점을 빼고 사정한다더니 도대체 어떻게 되는거냐”고 궁금해 했다.

또 행정자치부 홈페이지 ‘열린 마당’에 글을 올린 한 수험생은 “이번에 합격했다가 5점 혜택을 못받아 떨어진 사람들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희생당한 것이므로 당연히 구제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자치부 입장: 정부와 여당의 군필자 가산점제 존속 방침이 법제화될 때까지는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공무원시험에서 계속 군필자에게도 가산점을 주지 않기로 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으로 제대군인 지원법이 효력을 잃은 상태이므로 또 다른 법령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가산점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말 9급 공무원 시험을 치른 뒤 헌재 결정 이후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가산점을 제외했던 일부 부처와 시도의 경우 당정의 결정이 법제화되더라도 가산점 부여를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16일 실시되는 9급 공무원 시험(세무직 검찰사무직 716명 선발)에서도 군필자에게 가산점이 부여되지 않는다.

또 올 5월 말 2172명을 선발하는 9급 공채시험에서도 그때까지 당정 합의사항이 법제화되지 않을 경우 가산점 혜택을 받지 못한다.

▽법조계 반응: 법조계 안팎에서는 헌재 결정의 취지와 이번 당정 합의안이 근본적으로 상충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변호사는 “가산점을 총점의 5%에서 3%로 낮춰 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헌재의 근본 취지를 존중한 결과가 결코 아니다”며 “이번 당정 합의안은 정치논리가 헌법의 논리를 왜곡시킨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가봉사 경력과 군복무를 비교할 합리적 근거가 없을 경우 개정될 법 시행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당정방침 항의: 여성민우회는 7일 성명을 내고 “헌재의 군복무 가산점제 위헌 결정을 뒤엎는 존치안을 발표한 데 대해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헌법의 정신까지 무시하며 총선 표를 겨냥한 ‘표몰이 정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행자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백경남씨는 “헌재의 위헌결정을 무시한 이번 정부와 여당의 조치는 법을 준수하고 법에 따라 집행하는 국가기관의 역할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이진영 .김승련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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