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제도 개편의미]국제화시대 맞는 인재 공직 수혈

  • 입력 2000년 1월 4일 19시 42분


정부가 고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해 2003년부터 시행키로 한 것은 현행 제도로는 전문성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공직사회에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행 고시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암기위주의 단편적 지식만 측정할 뿐 공직 수행능력은 평가하지 않았고 △시험과목이 많아 수험생 부담이 크며 △영어시험이 문법과 독해 위주여서 국제화시대에 맞는 인재를 고르기 어렵다고 지적해왔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개편키로 한 것은 행정 외무 기술고시.

▼1차시험은 소양평가▼

개편안에 따르면 현행 1차 영어시험은 토플이나 토익 성적으로 대체된다. 영어는 최소한의 자격요건이기 때문에 일정수준 이상의 사람에게만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응시 가능 성적은 대기업에서 적용하고 있는 수준을 감안해 토플 580점, 토익은 820점으로 잠정 결정했다.

현행 1차시험은 공직 적성검사(PSAT)라는 기본 소양평가로 대체된다. PSAT는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언어력 논리력 통계해석력 수치판단력 등을 평가하는 영역별 시험. 헌법 행정학 경제학 등의 전문지식을 활용해 종합적 사고를 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할 계획이다.

2차 시험은 현행 틀을 유지하되 시험 과목이 5, 6개에서 3, 4개로 축소 조정된다. 현행 틀을 벗어나 정책방법 전문분야 행정관리 등 3개 영역별로 평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집중면접 인턴과정 도입▼

3차시험은 ‘집중면접’ 또는 인턴과정. 면접시험은 2차에서 선발예정인원의 130%를 선발해 현행시험과는 달리 3일 동안 계속된다. 하루는 개인면접을 통해 전문지식을 평가하고 이틀째는 집단면접으로 5,6명의 수험생이 한 팀이 되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개인의 문제해결능력 보고능력 정보화능력 관리능력 등을 평가하게 된다. 마지막날은 외국어 회화시험을 치른다.

정부는 면접시험 대신 2차시험에서 선발예정인원의 2,3배수를 뽑아 8개월 정도 인턴과정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뽑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인턴제를 도입할 경우 선발과정을 이원화해 대학총장 추천제를 함께 실시하게 된다. 1, 2차 시험을 면제받는 대학 총장 추천을 받으려면 학점이 4.5점 만점에 4.0점 이상이어야 한다.

▼행정전문대학원도 검토▼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고급공무원 양성을 위한 2년제 행정전문대학원을 설립, 이 학교 졸업생들에게만 고시 응시 기회를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대학원 입학 자격은 전공을 불문하고 일반대학 졸업자로 하되 구체적인 자격요건은 대학원측이 정부와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

정부는 새 고시제도 시행시기를 2003년으로 잡고 있으나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2차시험 과목을 축소할 경우 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또 면접성적의 비중을 높이거나 총장 추천제를 도입할 경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이밖에 행정전문대학원을 설립해 이 대학원 졸업생들에 한해 응시 자격을 줄 경우 대학원 입학 시험이 또다른 ‘고시’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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