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대형화재]안전불감증이 부른 '범죄적人災'

  • 입력 1999년 10월 31일 19시 59분


불과 30여분 만에 5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는 우리사회의고질적병폐인 안전불감증이 또다시 빚은 ‘범죄적 인재(人災)’였다.‘화성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참사’가 난 후 4개월 동안 구청과 경찰, 소방서는 무엇을 했으며 또 감독기관은 무엇을 감독했는가?

화재 현장은 인화물질이 그득했으며 초기에 불길을 잡을 수 있는 시설도 없는 상태였고 희생자들이 대피할 통로마저 없었다.

▽가득찬 인화물질〓불은 지상 4층 지하 1층짜리 상가의 지하층 ‘히트노래방’에서 전기시설 및 페인트 공사를 하면서 널려 있던 시너통 등 인화물질에 옮아붙어 일어났다. 아르바이트생이 전기선을 만지면서 일어난 불꽃(스파크)이 시너에 인화돼 순식간에 번졌다. 또 계단 벽면을 장식한 스티로폼과 판자는 불길을 위층으로 번지게 한 요인이었다.

▽방화시설 전무〓화재가 발생하면 천장에서 물을 뿜어 초기에 화재를 진화시킬 수 있는 스프링클러는 아예 없었다. 지하층에서 페인트공사를 하면서 업자들이 공사에 방해가 되는 스프링클러를 제거했기 때문. 소화기도 제대로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막힌 대피로〓지상 2∼4층의 유일한 통로는 계단이었다. 불길이 계단을 타고 건물 전체로 번졌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계단을 통해 탈출할 수 없었다. 유리창은 통유리였고 비상시 이를 깨뜨릴 수 있는 망치는 없었다.

▽되풀이되는 대형참사〓이번 참사도 우리 사회의 고질인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

6월 경기 화성군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사고와 지난해 4월 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성남시 ‘카라파라’호프집 화재사고, 96년 9월 12명의 희생자를 낸 서울 신촌의 지하 카페 ‘롤링스톤즈’사고 등도 인화성 물질이 가득차 있었지만 비상구가 아예 없거나 쌓아놓은 물건들 때문에 비상구를 이용할 수 없었던 사고다. 윤명오(尹明悟·서울시립대)교수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건물에는 자동소화설비 및 비상계단과 비상구의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소방시설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반=사회부 김상훈 윤상호 이현진 이완배기자·지방자치부 박희제 박정규기자·사진부 김경제 이종승 변영욱 신석교 전영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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