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안잡았나 못잡았나]자택 전담배치 형사 2명은?

  • 입력 1999년 10월 29일 19시 47분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들은 ‘고문 기술자’ 이근안(李根安·61)전경감을 ‘못잡은 것’인가, ‘안잡은 것’인가.

이씨는 자수직후 단 한차례도 검문을 받지 않았으며 거의 10년간을 자신의 집에서 숨어 지냈다고 털어놓았다.이런 검경의 ‘수박겉핥기’식 검거 활동과 이씨의 도피행적 관련 진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도피행적▼

이씨는 도피기간 11년중 1년 정도만 기차를 타고 다니며 도피생활을 했고 나머지 기간은 자신의 집에 칩거하며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해왔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89년 1월 정식수배된후1 년여동안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변장을 한 채 기차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는 집을 도피처로 삼은 90년이후 수사기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을 중심으로 3,4차례 이사하면서 안방옆과 화장실옆에 비밀공간을 만들어 은신생활을 이어갔다.

이씨는 7년전 이가 썩어 고통을 겪으면서도 병원에 가지 않고 실을 이용, 혼자 썩은 이를 뽑아내기도 했다. 검찰은 “이씨는 허리 디스크에 당뇨까지 있었지만 병원에 단 한차례도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도피생활 초기 1년간 그의 동료 경찰관들은 부인을 통해 매달 30만원 가량의 생활비를 지원해 줬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거활동▼

89년 1월 6일 이씨의 근무처였던 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과 형사 10명으로 검거전담반이 설치됐으며 이와 별도로 그의 주소지인 서울지방경찰청 등 6개 지방경찰청에 79명의 전담반이 가동돼 왔다.

이씨가 10년간 은거해왔던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자택에는 서울 동대문경찰서 수사과 소속 형사 2명이 전담 배치돼 가족들과 인근의 동향을 파악했다.

그러나 경찰이 지금까지 매달 보고한 보고서에는 특이사항이 없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어서 집안 수색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수박겉핥기’ 식으로 일관해 왔었다.

29일 현장을 살펴본 서울지검 수사관들은 “골방에 쌓여있던 박스를 들쳐 보기만 했더라도 금방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의문점▼

이씨가 비호세력의 도움없이 장기간 도피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게 중론이다. 특별수사에 밝은 한 변호사는 “이씨가 10년간 집에서 은신했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전직 대공수사관 출신인 이씨는 동료 등의 도움으로 새로운 신분증을 만들어 다니다 자수직전에 파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검찰의 한 관계자도 “이씨가 자신의 도피를 도운 대공수사관 등을 숨겨주기 위해 허위진술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최영훈·이수형·이현두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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