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던 동대문시장 '의류명소'로 변신 성공

  • 입력 1999년 10월 20일 17시 50분


대형 의류메이커와 백화점 등에 밀려 사양길로 접어들었던 동대문시장.

재래의류시장의 대명사인 동대문시장이 국내 최대 쇼핑명소로 화려하게 되살아난 경쟁력의 핵심은 무엇일까.

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발표한 ‘재래 의류시장의 부활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동대문시장의 성공요인으로 기획―생산―판매를 한데 묶는 산업집적체를 형성해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시장내 밀집한 소규모 점포의 정보교류나 네트워크는 미국 벤처기업이 모여있는 실리콘밸리와 유사한 형태로 한국적 산업집적체의 성공모델이라고 제시했다.

▽화려한 부활〓중저가 캐주얼 의류의 소비중심은 80년대까지는 명동이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 90년대 들어 대학생층의 소비가 늘면서 신촌 및 홍대입구와 압구정동으로 옮겨갔다가 IMF이후 동대문으로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갔다.

동대문시장이 신흥 소매상권으로 급부상한 것은 지난해 8월 밀리오레와 올 2월 두산타워 등 현대식 유통센터가 들어서면서부터. 기존 재래시장의 강점인 저가격과 현대식 매장의 고급이미지를 융합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재 동대문시장의 하루 유동인구는 20만∼30만명으로 국내 최대. 밀리오레 두산타워 등 신흥 소매상권은 20, 30대가 주고객으로 하루 거래액은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상인은 물론 외국인관광객의 필수 쇼핑코스로도 떠올라 하루 외국인 방문객은 2000여명, 연간 의류 수출규모는 10억달러를 넘는다. 호텔들이 외국인 쇼핑편의를 위해 동대문시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할 정도.

최근에는 일본의 미쓰이 닛쇼이와이 등 종합상사들도 동대문시장에서 구매를 추진중이며 프레야타운 안에는 무역협회가 외국인 구매안내소를 설치, 시장조사 수출상담알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와 닮은 꼴〓동대문시장의 최대 강점은 의류의 기획 생산 판매를 한데 묶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스피드의 경제’를 만들어 냈다는 점.

일반기업이나 대형백화점의 경우 제품을 기획해 생산하려면 최소한 몇달씩 걸리지만 동대문시장에서는 점포주나 젊은 디자이너들이 외국 TV패션쇼에서 선보인 유행을 2, 3일만에 제품으로 만들어 낸다.

이는 젊은 층들의 의류제품 주기가 극히 짧아지는 상황에서 기업형 의류메이커가 대응하기 어려운 분야. 동대문시장은 직물 의류 부자재 관련 업체가 한 곳에 집적돼 있어 시장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점포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기업으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면서도 남대문시장 등 외부경쟁자에 대항하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대응한다. 이때문에 20, 30대 젊은 점포주들은 동대문시장을 ‘성공신화를 창조하는 기회의 장소’로 간주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관련 업종의 자본과 정보 네트워크가 한데 모인 산업집적화의 성공사례로 업종은 다르지만 소규모 벤처기업이 몰려있는 실리콘밸리와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동대문을 벤치마킹하라〓동대문시장의 부활에 자극받아 남대문시장을 비롯한 전국 재래시장이 동대문을 벤치마킹하며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남대문시장에서는 메사 삼익패션타운 등 대형 패션센터가 건립되고 있는가 하면 명동 새로나백화점 부지에 최근 문을 연 ‘굳앤굳 디자이너월드’는 우수 디자이너들에게 점포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디자이너들을 유치중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동대문시장의 성공요인은 자생적 산업집적 형성과 치열한 내부경쟁, 효율적인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분석하고 “재래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산업의 집적화를 위한 기본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