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 현정부 재벌정책 조목조목 비판

  • 입력 1999년 10월 13일 18시 50분


“외국은 왜 기업그룹(재벌)을 해체하지 않는가.”

“한국의 독립기업들이 (정부의 장밋빛 전망처럼) 외국 대기업들과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

1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조찬회에서 연사로 나선 송병락(宋丙洛·경제학부)서울대 부총장은 현 정부의 재벌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정부의 개혁공세와 여론몰이식 재벌비판에 억눌렸던 참석자들은 ‘기분이 후련하다’는 표정.

송 부총장은 학계에서 대표적인 재벌 옹호론자. 하지만 그의 이날 지적은 정부가 참고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단식(船團式)경영은 경제전쟁을 위한 것〓송 부총장은 “일본의 소니는 자회사가 1174개이며 미쓰이(三井)물산은 자회사가 894개”라고 소개하며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중기업 소기업을 선단으로 정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어발 경영’으로 지탄을 받는 다각화경영에 대해서도 그는 “기업경영의 한 방법일 뿐 그 자체가 매도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주장을 폈다.

▽기러기 대(對) 독수리〓5대그룹 관계자들은 ‘독립기업으로 거듭나 해외기업들과 당당히 겨루라’는 정부의 개혁론에 대해 “우리 경쟁력의 현주소를 너무 모른다”고 말한다. 떼를 지어 먼거리를 비행하는 기러기군(群·재벌)이 대오가 흩어질 경우 독수리(미국기업)들의 밥이 된다는 소위 ‘기러기론’이다.

송부총장은 “국내 상장사의 주식총액은 2500억달러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가총액(4072억달러)의 4분의 3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관계사들의 지원을 받지 않는 한국기업이 외국 대기업과 싸워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업은 산업사회의 농토〓국민을 먹여살리기 위해선 기업 수가 많아야 한다는 게 송부총장의 지론. 그는 “기업 수를 인위적으로 줄여 독과점기업을 양산하는 빅딜(5대그룹 사업구조조정)은 경쟁력 강화에 역행할 것”이라며 빅딜은 단순히 기업규모 뿐만 아니라 생산능력과 고용 감안해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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