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경련]시민단체 '무용론'주장 해체운동

  • 입력 1999년 9월 15일 19시 40분


재계의 이해를 대변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벌개혁 추세에 맞춰 새롭게 변신해야 한다는 주문이 재계에 팽배하다. 시민단체에서는 아예 “이번 기회에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전경련의 존립은 61년(당시 한국경제인협회)설립 이후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

▽갈수록 힘얻는 전경련 무용론(無用論)〓전경련 무용론이 대두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비자금 사건 당시 재벌총수와의 정경유착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경제정의실천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의 해체주장이 드셌었다.

최근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재벌개혁의 초점으로 부상하면서 이같은 주장은 더욱 힘을 얻는 추세. 경실련 등은 최근 그동안 제기해온 전경련 해체론을 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강철규 서울시립대교수는 “세계적으로 대기업들이 뭉쳐 정부와 각종 사안을 놓고 교섭을 벌이는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김우중(金宇中)대우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전경련 체질개선은 재계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됐다. 김회장은 “전경련이 건전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이익단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대우그룹의 위기와 빅딜 이후 재계의 분열 때문에 이같은 목표는 멀어져만 갔다.

▽‘하향식 운영이 문제’〓재계에서 제기하는 전경련 ‘체질개선론’은 회장단 운영방식을 문제삼는다. 22명의 재벌총수들이 참석하는 회장단회의가 하향식으로 운영된다는 것. 매월 한차례씩 열리는 회장단회의는 사무국이 제출하는 안건에 대한 협의보다는 총수들의 개인정보를 교환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5대그룹 총수들의 회의 참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회장단이 재계를 대표할 수 있는가”라는 희의적인 시각도 있다.

A그룹 고위임원은 “일본 게이단렌(經團聯)의 회장단회의는 전문경영인인 업종별 대표들이 모여 산업정책 전반과 재계의 진로를 논의하는 자리”라며 회장단 인선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의 활동이 지나치게 경제논리에만 집착한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재벌개혁이 현실적으로 이념적 정치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데도 당장의 정책사안에만 집착, 국민여론에 등을 돌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 B그룹 임원은 “전경련이란 명칭부터 기업 이해보다는 총수(경제인)들의 사익을 추구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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