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임금,구조조정 성패-업종따라 明暗 엇갈려

  • 입력 1999년 8월 10일 19시 37분


구조조정의 성패 여부, 그리고 호황을 누리는 분야와 그렇지 못한 기업간 업종간 임금 격차가 커지면서 직장인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종전에는 기업의 규모나 업종에 따라 비슷하던 연봉 수준이 회사 사정에 따라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벌어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일부 직장인은 ‘더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해 이곳 저곳을 쫓아다니는 ‘취업 메뚜기’로 변하고 있고 일부 직장인은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H기업 부장 김모씨(45)는 최근 허탈감에 빠져 일할 맛을 잃고 있다. 상여금 700%를 포함해 3500만원 정도이던 김씨의 연봉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500만원 정도가 깎였다.

김부장을 더욱 좌절하게 하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 직장생활 경력이 훨씬 짧은 동생(36)의 수입이 자신보다 서너배나 많기 때문이다. S증권사 10년차 직원인 김씨 동생은 연봉 4500만원에 분기별로 성과급 수천만원을 챙겨 연수입이 1억원을 넘는다.

특히 최근 호황을 맞고 있는 반도체 증권 정보통신 업종의 경우 주가상승으로 배당받은 우리 사주가 크게 올라 억대의 부수입을 챙긴 직장인도 적지않다.

반면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는 D사의 경우 10년차 과장의 연봉이 2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업종과 기업에 따라 대우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보수가 높은 일자리를 찾아 직장을 옮기는 ‘취업 메뚜기’도 크게 늘었다. 이같은 변화는 특히 직장경력이 짧은 20,30대 사이에서 크게 확산되고 있다.

취업상담전문가인 연세대 김농주(金弄柱)씨는 “취업상담을 하러 오는 학생 10명 가운데 3명 가량이 이직을 희망하고 있는 졸업생”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빈곤감은 엉뚱한 방향의 보상심리로 나타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직장마다 업무시간에 증권시황을 체크하는 직원들로 골머리를 앓는가 하면 아예 부업 전선에 뛰어든 직장인도 많아졌다. ‘본업’이 ‘부업’이 되고 ‘부업’이 ‘본업’이 되고 있는 셈이다.

H은행에 근무하는 한 40대 은행원은 직장에 다니면서 모은 돈을 사업을 하는 친구에게 투자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그는 “당장 사표를 내기도 어렵고 빠듯한 월급만 바라보고 살기도 막막하다”며 “나처럼 ‘양다리 걸치기’를 하는 직장인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관계전문가들은 “벌어들이는 만큼 받아가는 현상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 할 수 있으나 자칫 잘못하면 직장의 안정이 깨어지는 혼란을 초래해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가 6월30일 현재 임금교섭을 타결한 전국 100인 이상 사업장 2282개를 조사한 결과 1311개 업체(57.4%)가 임금을 동결하거나 하향조정한 반면 971개 업체(42.6%)는 임금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성철·윤상호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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