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수사]진부장『파업땐 공권력 동원』독려

  • 입력 1999년 7월 28일 19시 35분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은 지난해 9월 중순 강희복(姜熙復)당시 조폐공사 사장이 고교 2년 선배인 진형구(秦炯九)대검 공안부장 사무실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강사장은 공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임금삭감 문제로 노조와 갈등을 빚어오다 직장폐쇄 조치로 맞섰고 노동부로부터 직장폐쇄 철회권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진부장이 이때 제시한 구조조정 해결방안은 조폐창 통폐합. 진부장은 임금협상과는 달리 구조조정 문제는 파업의 대상이 아닌 만큼 향후 불거질 파업은 당연히 불법파업이라며 강사장을 설득했다. 공권력을 동원해 노조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새정부출범 이후 ‘신(新)공안의 사령탑’을 자임해온 진부장은 이듬해 검사장급 인사를 앞두고 결정적인 업적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는것. 대전 본사로 내려온 강사장은 임금 50% 삭감을 통한 공생(共生)이라는 기존 구상에서 통폐합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강사장으로서도 정부가 공기업 경영자를 경영실적으로 엄격히 평가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통폐합안에 구미가 당겼다는것.

진부장은 이후 수시로 전화를 걸어 망설이지 말고 통폐합에 나서라고 강사장을 압박했다.

강사장은 10월2일 옥천 경산 조폐창 통폐합을 선언했다. 2주일만에 이사회 상정과 결의를 마치는 등 통폐합을 위한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동시에 진부장은 대검 공안부에 대책보고서 마련을 지시했다. 이런 물밑 상황을 모르는 검사들은 세차례나 수정지시를 받아가며 검찰의 대응강도를 높여갔다. 진부장은 같은 달 14일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진부장이 예상한대로 조폐공사 노조는 11월25일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강사장은 진부장의 독촉에 따라 파업 개시 1시간만에 노조대의원 35명 전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노조간부 7명을 구속했고 공사 측도 파업가담자 730여명에게 파면(10명), 직위해제(84명), 정직(18명) 등 징계조치를 내렸다. 조폐공사 노조가 사실상 무력화하는 순간이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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