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정보국장 구속]경찰-검찰 표적 수사 논란

  • 입력 1999년 5월 20일 07시 44분


검찰의 경찰청 정보국장 박희원(朴喜元)치안감 구속은 두가지 점에서 미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첫째는 박치안감이 경찰의 ‘실세’라는 점. 경찰 관계자는 “정보국장 자리는 경찰의 모든 정보를 관할하는 자리로 국가로 치면 국가정보원장에 해당한다”며 “정보국장의 비리가 드러나면 경찰총수의 지휘책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박치안감의 구속 시기. 검찰과 경찰은 이달초 수사권 독립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섰다. 양측의 대립은 청와대의 개입으로 잠복상태에 들어갔지만 속으로는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 따라서 수사권 독립을 둘러싼 검경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구속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경찰측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전에도 경찰 치안감이 검찰에 구속된 적이 두번 있다. 그러나 검경이 대립하는 미묘한 시기에 경찰 실세가 검찰에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검찰이 경찰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기 위해 경찰청장의 최측근 실세를 겨냥, ‘보복수사’를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치안감이 구속된 19일밤 경찰청의 고위간부들은 검찰을 성토하는 분위기를 감추지 못했다.

검찰은 경찰의 표적수사 시비를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 실세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겼다는 것은 어떤 변명과 주장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경찰에 앙심을 품고 보복수사를 할만큼 졸렬한 집단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사 착수 시기에 대해서도 검경의 해명과 반박이 상반된다. 검찰이 박치안감 소환의 계기가 된 아파트관리 비리 수사에 착수한 것은 수사권 독립 논란 직후인 10일 무렵. 경찰은 이를 “보복수사의 시간적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검찰은 “시기가 미묘하다고 드러난 비리를 덮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원칙대로 처리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수형·이현두기자〉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