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비리]허술한 징집관리…軍기피病 부추겨

  • 입력 1999년 4월 27일 19시 44분


이번에 적발된 병무비리는 구속자가 1백명에 이르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이나 주로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한 95∼98년 사이의 비리에 대해서만 수사가 이루어져 전체 비리실상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병무비리는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고질로 허술한 병역제도가 ‘반사회적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 원인 ▼

뇌물을 건네 자녀의 병역을 면제시킨 사람의 62%가 서울 강남지역에 산다는 수사 결과가 말해주듯 병역기피 현상은 부유층일수록 특히 심했다. 자녀에 대한 과잉보호, 잘못된 사랑이 ‘유전(有錢)면제 무전(無錢)입대’ ‘병역면제자는 신의 아들, 현역 복무자는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말을 낳은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반사회적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병무행정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개병제이나 징집대상자보다 입영자가 적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는 병역처분 기준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병무청 직원(징병관)과 신체검사 군의관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면제판정을 할 수 있는 구멍이 있다.

▼ 대책 ▼

국방부는 지난해 7월 대대적인 병무비리를 적발한 뒤 올해 2월1일부터는 ‘징병신체검사규칙’을 개정 시행하면서 질병 16개를 병역면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51개 항목은 면제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의 경우 신체검사 대상자중 신체결함으로 병역을 면제받는 비율이 최근 4년간 평균 6.46%에서 올해는 2.71%로 크게 줄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병역공개제도는 국회의원 등 선출직 후보자와 1급 이상 공직자의 경우 본인은 물론 아들 손자도 병역사항을 신고토록 하는 개혁적 내용을 담고 있지만 상당수 의원들의 반대로 이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병무비리를 근원적으로 뿌리뽑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국민개병제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사소한 질병을 이유로 병역이 면제되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2년6개월인 복무기간을 대폭 단축해 병역면제로 얻는 시간적 혜택을 줄이고 군복무기간에 대한 사회적 보장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

또 병영문화를 개선해 군복무에 대한 일반인의 막연한 불안을 씻어주는 조치도 필요하다.

아울러 병무비리는 반드시 처벌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도 중요하다. 지난해 7월 병역면제 비리적발 이후의 부정사례는 이번 수사과정에서 3건밖에 나오지 않았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