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鐵 무엇을 남겼나]「명분없는 파업은 실패」교훈

  • 입력 1999년 4월 27일 07시 35분


‘명분 없는 파업’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19일 파업에 들어간 뒤 25일까지 노조원의 업무복귀율을 50%이하로 막아내며 파업 장기화를 장담했던 서울지하철공사 노조는 26일오후 ‘무조건 항복’이나 다름없는 파업철회를 선언했다. 파업 8일만에 ‘완패’를 인정한 것이다. 국내 최강의 단결력을 지닌 노조로 평가받아온 지하철노조가 이처럼 맥없이 물러선 것은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명분없는 파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일깨워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지하철 노조의 파업 철회는 △미복귀 조합원에 대한 직권면직 경고 △한국통신 노조의 파업취소 △‘명분없는 파업’에 대한 비판 여론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는 당초 ‘구조조정 백지화’를 내걸고 파업에 돌입하면서 파업 사흘이 지나면 전동차 운행이 큰 차질을 빚고 조기 정상화를 촉구하는 시민 여론이 급등, 서울시와 공사측이 양보안을 내놓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예년과 달랐다. 시민들은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이때 적자투성이인 지하철만 구조조정의 예외가 되겠다는 것이냐” “불편해도 참을테니 이번엔 당국이 불법파업에 타협하지 말고 원칙을 지키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 등 당국도 이같은 여론을 등에 업고 시종일관 유례없이 강경하게 ‘원칙 고수’입장을 지켰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직권면직 등 강경입장을 거듭 천명함에 따라 노조의 파업대열은 흔들렸고 26일오후엔 노조원중 55%가 현업에 복귀하기에 이르렀다.

당초 지하철노조는 ‘파업을 1주일이상 유지하면 한국통신노조 등 공공부문이 연대파업으로 불길을 지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지하철과 더불어 공공부문의 핵심축인 한국통신 노조가 26일 ‘무리한 파업강행’대신 ‘조직 보호’라는 ‘실리’를 택해 파업계획을 취소함에 따라 지하철노조만 고립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

또 연대파업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민주노총 공공연맹 지하철노조 등 3자간의 입장 조율이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지하철 노조는 파업철회를 선택했다.

어쨌든 이번 파업의 최대 피해자는 지하철 노조원들이다. 노조가 파업을 철회하면서 사실상 서울시가 제시한 구조조정안의 기본원칙에 동의했고 지도부 간부들은 앞으로 사법처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하철공사 구조조정의 주도권은 서울시와 공사측이 쥐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기홍·서정보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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