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착륙사고]활주로 코앞에 山 곡예착륙 「아슬 아슬」

  • 입력 1999년 3월 15일 18시 58분


15일 KAL기 착륙사고가 발생한 포항공항은 구조적으로 대형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어 시설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으나 소음공해를 우려한 주민의 반발 등으로 공사가 미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언제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던 셈이다.

포항공항의 가장 큰 문제점은 활주로 서쪽 항공기 진입구역 1.5㎞ 지점에 해발 96.6m의 인덕산이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포항공항의 이착륙시 활공(滑空)각도는 정상치(3도)보다 훨씬 높은 4.13도로 그만큼 사고위험이 높았다.

착륙시에는 산 정상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듯 강하해야 했고 이륙을 할 때는 전속력으로 발진하면서 급상승해야 했다는 게 조종사들의 설명이다.

포항시는 포항공항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94년 건설교통부와 한국공항공단 국방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인덕산 산정(山頂)을 66.04m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항공단은 95년 12월 설계용역을 마치고 토지보상에 나섰다. 당초 공항공단은 지난해 11월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의 반발에 부닥쳐 아직도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산높이를 낮추면 소음공해가 더 심해진다”며 공사에 반대하고 있다.

포항공항은 또 활주로 거리(2천1백m)가 짧고 폭(45m)이 좁아 조종사들이 이착륙에 더욱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종사는 “활주로 시설이 나쁜데다 바다안개(海霧)가 끼는 날이 많아 포항공항은 늘 시계(視界)가 좋지 않았다”며 “조종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포항이었다”고 말했다. 언제 이곳에서 ‘목포공항 추락사건’이 재연될지 모른다고 불안해 했다는 것.

지난해 포항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1백12만4천여명으로 이용객이 해마다 27.8%씩 증가해왔다.

〈포항〓이혜만·정용균기자〉ha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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