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협파장]부산-경남경제 『휘청』

  • 입력 1999년 3월 11일 19시 02분


이제 ‘만선의 꿈’은 옛 이야기가 되고 마는가.

봄은 왔지만 어느 곳에서도 활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민들의 가슴은 여전히 ‘엄동’이었다.

만선의 깃발을 올리고 입항하는 어선과 위탁판매업자 상인들로 늘 시끌벅적하던 부산 남항과 중구 자갈치시장 등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출어할 어선들을 손보는 수리조선소의 망치소리도 사라졌다.

한일어업협정의 여파로 어망제조업체 냉동창고 수산물가공업체 등 수산관련 업체가 모두 도산위기에 몰려 부산지역 경제의 공황이 우려되고 있다.

★항구 및 어시장★

11일 낮 12시30분경. 전국 최대의 어항인 부산 남항에는 평소 같으면 조업을 나섰어야 할 연근해 어선 3백여척이 빼곡이 정박해 있었다.

드나드는 선박도 거의 없어 국내 최대의 항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남항 바로 옆 자갈치시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 어획물을 옮기거나 조업준비를 위해 짐을 나르는 선원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갈치시장에서 1㎞가량 떨어져 있는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도 활기라고는 없었다.

전국 수산물 위판량의 35%를 차지하는 이곳의 2월 위판실적은 2만8백40t. 예년 월평균 6만여t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달 들어서는 열흘동안 6천5백27t이 거래되는 데 그쳤다.

★선박수리 업체★

부산 영도구 대평동1가 금강선박공업. 직원 6명의 소규모 수리조선 업체인 이곳은 이달들어 단 한척의 선박 수리도 의뢰받지 못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달 7척 이상 어선을 수리해 왔으나 요즘은 아예 일감이 없다. 공무부장 최호기씨(43)는 “이대로 나간다면 영세한 수리조선업체는 한두달안에 모두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수리조선업체는 모두 5백여개. 종사자가 1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중 절반 이상이 당장 일거리가 없어 곧 실직할 판이다.

★수산물가공 업체★

붕장어의 살코기를 가공해 매월 1백50만달러어치를 일본에 수출하는 부산 사하구 다대1동 ㈜금창수산은 붕장어를 잡는 통발어선들의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당장 피해를 보고 있다. 이 회사 최명수이사(48)는 “생선반입량이 크게 줄어든데다 가격도 10%이상 올랐지만 수출 경쟁력 때문에 가격에는 아직 반영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작업시간을 2시간 단축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려움이 닥치자 상당수의 수산물 가공업체가 벌써 직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어망업체★

출어포기 어선이 급증하면서 어망 생산 및 판매업체도 도산위기를 맞고 있다.

어망도매점인 부산 영도구 대평동2가 대림어망 사장 진종구씨(53)는 “경기가 좋을 때는 매월 수천만원어치의 어망을 판매했지만 지금은 어망규격문제와 출어감소가 겹쳐 그저 문만 열어놓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기타★

얼음제조 업체도 ‘어업파동’에서 예외가 아니다.

어선에 얼음을 공급하는 부산 사하구 감천동 대한수산의 경우 이달들어 얼음판매량이 30%이상 줄었다.

이 회사 이원춘과장(42)은 “오징어채낚기와 저인망 어선 등이 출어를 거의 하지 못하면서 얼음판매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부산·마산〓강정훈·조용휘·석동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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