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관광]「雪松이 빚는 장엄」입 못다물어

  • 입력 1999년 2월 10일 19시 09분


개골산(皆骨山·겨울 금강산)은 장엄했다. 흔히들 동원하던‘만가지 재주를 부리는 돌과 천가지 재롱을 피우는 봉우리’라는 표현을 옮겨 보았지만 그래도 미흡했다.

엷게 덮인 백설, 그에 굴하지 않고 청청(靑靑)한 소나무 숲이 이루는 개골산의 겨울 풍광. 다른 계절의 이 산(금강산 봉래산 풍악산)에서 느낄수 있는 화려 수려 담백 고아함과는 전혀 다른 웅려 장대함이 서려 있다.

장전항에서 버스로 10㎞를 이동하니 외금강의 관문인 온정리다. 온천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여기서 계곡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온정천을 따라 오른쪽을 택하면 만물상에 이르고 왼쪽 신계천을 따르면 구룡연에 닿는다.

온정천을 따라 오르다 세 신선이 서 있는듯 하다고 해 이름이 붙여진 삼선암(三仙岩)이 보이기 시작하면 만물상의 초입이다. 셋중 가장 키가 큰 상선암은 높이가 75m나 된다.

만물상은 외금강에 속한다. 온 산이 기기묘묘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그 모습을 제대로 감상하자면 만물상 건너편의 봉우리에 붙은 77계단으로 습경대에 올라야 한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세상’의 축소판인듯 하다. 날거나 내닫는 뭇 짐승들의 모습부터 갓난아기에서 노인까지 세상 모든 것이 신에 의해 조각된 듯 하다. 겨울의 짧은 해가 뉘엿뉘엿 기울며 겹겹이 쌓이고 어우러진 바위에 그림자가 지면 이 바위들은 마치 ‘꿈틀 꿈틀’거리는듯 하다.

신계천을 끼고 가는 구룡연 코스는 만물상 가는 길에 비해 경사가 완만해 한결 오르기 수월하다.

금강산에서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는 옥류동(玉流洞) 골짜기가 이 곳에 있다. 옥처럼 맑은 구슬이 흘러 내린다는 옥류동 골짜기를 두고 육당 최남선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일체의 미적요소 미적조건 미적요구의 완전한 조화상태’라고.

옥류동 골짜기 입구엔 사방에 둘러선 세존봉 옥녀봉 관음연봉 등을 편안히 조망할 수 있는 앙지대가 있다. 앙지대 건너편엔 큰 소나무 한 그루가 바위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이름하여 ‘배지향일송(背地向日松)’. 바위를 뚫고 자라 ‘땅을 배반하고 하늘을 향한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앙지대를 지나자 가파른 계곡이 시작된다. 이어 비봉(飛鳳) 무봉(舞鳳)폭포가 차례로 나타난다. 낙차가 각각 1백39m, 1백40m나 되는 거대한 폭포다. 옥류동 골짜기를 올라서니 개성의 박연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명폭중 하나로 손꼽는 구룡(九龍)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폭포는 벽과 바닥이 한 덩이 화강암이다. 그 위로 얼어 붙은 폭포수가 비단을 걸쳐 놓은듯 폭포 밑 구룡연(깊이 13m)까지 이어진 장관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