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정치인 처리]수사검사들,여야 「물밑합의」불만

  • 입력 1998년 11월 11일 19시 2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간의 여야 총재회담이 성사되고 비리 정치인을 불구속 수사하기로 여야간 ‘물밑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리 혐의가 밝혀진 정치인을 어떻게 사법처리해야할 지가 검찰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선 검사들은 이같은 합의는 있을 수 없으며 받아들일 수도 없다는 분위기다. 한 수사 관계자는 “법 집행의 형평성을 해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도 “검찰은 4천만원을 받은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부총재를 구속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과 정면으로 대결하더라도 검찰이 정치적인 독립성을 지켜야한다는 것이 대다수 수사 검사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이 자리를 걸고 ‘총대’를 메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일선 검사들의 격앙된 분위기와는 달리 국회가 계류중인 의원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정치권 사정의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은 높다.

국회가 서상목(徐相穆) 김운환 오세응(吳世應) 정호선(鄭鎬宣)의원 등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 검찰이 이들을 불구속수사할 수밖에 없다. 국회가 개인비리와 공천비리 등의 혐의가 드러난 의원들을 ‘과거 잘못된 관행의 피해자’라는 논리를 동원해 ‘보호’한다면 검찰은 비리정치인을 모두 불구속기소하고 법원이 정치인의 단죄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관행이 정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국회가 세풍(稅風)사건에 연루된 서상목의원을 다른 의원과 분리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반면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법원이 의원의 구속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관례로 미뤄 법원이 뇌물을 받은 정치인에 대한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소나기성’ 사정은 자제하겠지만 독자적으로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지속적으로 벌일 가능성이 높다.

〈조원표기자〉cw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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