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 재취업교육 실효 적다…교육 일부과목에 치우쳐

  • 입력 1998년 4월 16일 20시 29분


지난해 서울 7개 노동사무소가 실시한 12개 실업자 재취업교육과정을 밟은 실직자 1백53명중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1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동아일보가 조사한 서울시내 노동사무소별 재취업교육현황에 따르면 재취업에 성공한 실직자 15명 중 11명만이 교육받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직장을 구했으며 나머지 4명은 교육과 무관한 직종에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 실직한 권모씨(28·서울 양천구 신정동)는 지난해 10월부터 컴퓨터디자인(CAD)6개월과정에 입문해 3월 수료증을 받았다. “적성에 맞지는 않았으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권씨의 설명.

그러나 수료 후에도 무경력자라는 이유로 취업에 번번이 실패해 계속 실직자로 남아있다.

지난해 5월 정리해고를 당한 서모씨(33·서울 양천구 신월동)는 교육과 무관하게 재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권씨와 같은 CAD과정에 들어갔으나 3개월이 지난 뒤 학원장을 찾아가 “적성에 맞지 않으니 사무자동화과정을 배우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학원장은 ‘편법’으로 전과를 허용했다.

그는 최근 한 통신기기 제조업체에 과장으로 들어가 행정업무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통신분야 등 취업전망이 밝은 일부과목 위주로 진행되거나 이미 포화상태가 된 분야에 대해 맹목적으로 이뤄지는 재취업교육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재구(金載久)연구원은 “공공정보망을 구축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직종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기술이나 자격요건, 적성에 대한 직무검사를 통해 재취업교육과정이 구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인해 올해 서울에서 현재 진행중이거나 계획한 재취업교육과정은 1백33개, 예정인원은 8천9백여명이다.

〈나성엽·윤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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