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교수 간첩사건 파문]『이럴수가…』충격의 서울大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5분


서울대 사회학과 고영복(高永復·69)명예교수가 지난 36년간 고정간첩으로 활동해왔다는 당국의 수사발표가 있자 서울대 교수 교직원 및 학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충격에 휩싸였다. 이들은 발표내용에 대해 일부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명망있는 서울대 교수의 간첩혐의를 자신있게 발표할 정도라면 당국이 어느정도 확실한 물증을 확보했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고교수가 31년간 재직해온 사회학과 교수들은 대부분 이번 사건과 무관함을 강조하면서도 당국의 연루자 추가 발표 여부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했다. 사회학과 한상진(韓相震)교수는 『놀랍고 충격적일 따름』이라며 『고교수의 평소 보수적인 학풍을 볼 때 좀처럼 믿기 힘든 일이다』고 말했다. 고교수와 대학시절을 함께 보냈던 한 후배학자는 『어려운 환경속에서 자라 학문에만 전념해온 분으로 알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교수가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있었던 사회학과 일부 교수들은 고교수의 혐의가 「불고지죄」 정도일 것으로 예상, 그의 건강상태가 나쁜 점 등을 들어 당국에 탄원서를 내기로 의견을 모았다가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사회학과 대학원생 및 학부생들도 『평소 학생들 사이에 「보수학자」 「어용교수」로 불릴 정도였던 선생님인데…』라며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이들은 또 고교수가 수많은 제자를 길러내고 사회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았었다는 점을 들어 수사가 학계로 비화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대측은 당혹감 속에서도 이번 사건의 후속 수사결과를 주시하며 향후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신복(金信福)교무처장은 『이런 전례가 없는데다 명예교수직에 대해서는 학칙상 규정도 없어 아직 대책을 발표할 입장은 아니다』며 『하지만 유죄가 확정되면 명예교수직을 박탈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금동근·김경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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