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캠페인]이낙연/새내기 유권자에게

  • 입력 1997년 11월 9일 19시 55분


지난해 4.11총선 이후 투표권을 새로 갖게 되는 신생유권자 가운데 12월 대선에서 투표할 사람은 절반도 못될 것이라고 중앙선관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4.11총선때 20∼24세의 투표율은 44.1%(전체는 63.9%)였다. 대선투표율은 총선보다 올라간다. 그래도 새내기 유권자의 과반수 투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대한 문제다. 12월 대선은 21세기의 문을 열 대통령을 뽑는 행사다. 21세기는 새내기 유권자를 비롯한 젊은 세대의 세기다. 21세기 주역의 절반 이상이 빠진 선거로 21세기 개막대통령을 선출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원인무효에 가깝다. 꼭 그렇게 무시무시한 단어를 쓰지 않더라도 그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젊은이들이 혐오하는 기성세대 중심의 투표로 대통령을 뽑아 젊은이들의 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첫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기권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도 신생유권자의 선거외면은 심각하다. 4.11총선을 토대로 추론한다면 지금의 20대초반이 40대로 성장할 무렵에는 전체 투표율이 44%선에 머물 수도 있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다. 일본이 거의 이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일본은 투표마감시간을 오후6시에서 8시로 연장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별로 낙관적이지 않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지지할 후보가 없어서」라고 한다. 12월 대선만 해도 주요 후보들이 모두 얼마간의 약점을 갖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그러나 세상의 다른 일이 그렇듯이 선거도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고르는 것이다. 때로는 최악을 피하는 정도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쓸쓸한 얘기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바로 그런 걸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기권의 두번째 이유는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 대학생은 『정치 따위에 관심을 갖기엔 우린 너무 바빠요』라고도 말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숭배하며 자라난 세대에 정치는 「두만강 푸른 물에…」 만큼이나 멀고 낡고 지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는 정치의 책임도 크다. 그러나 젊은층도 반성할 대목이 있다. 한―약분쟁 때는 한의대생과 약학과생들이 대부분 데모에 참가했다. 그런 젊은이들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대체로 「나몰라라」 한다. 젊은이들은 눈을 좀더 크게 떠야 한다. 미국의 X세대는 범죄 마약 연방정부축소 실업문제 등에 관심을 보이며 8할이 투표에 참가한다. 이것이 미국을 젊고 건강하게 만든다. 젊은이들이 이렇게 나오면 정치도 바뀌지 않을 수 없다. 기권한다고 선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권은 방조(幇助)가 된다. 기권은 가장 싫어하는 후보의 당선을 돕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최소한 이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 나라 정치는 아직 멀었지만 그걸 조금씩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는 건 젊은이들이다. 이낙연<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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