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참사 한달/풀어야할 숙제]유해122구 신원확인 못해

  • 입력 1997년 9월 4일 20시 07분


2백28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가 5일로 발생 한달을 맞는다. 사고는 잊혀져 가고 있지만 사고원인 규명과 보상 및 신원확인 작업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 사고원인 조사 ▼ 추락사고의 원인을 밝혀줄 블랙박스의 해독작업은 한미(韓美)양국에서 동시에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 사고조사반은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10일간 현장을 조사하고 사고기 블랙박스의 조종실음성녹음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를 공동으로 판독한 뒤 지난달 25일부터 독자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한국 조사반은 국내에서 생존자 증언을 추가로 듣는 한편 괌 운항경험이 많은 조종사 15명으로부터 아가냐공항의 특성과 운항조건을 조사했다. 대한항공 교육훈련원에서 시뮬레이터(모의비행장치)에 사고기의 운항자료와 아가냐 공항의 지형, 사고시 기상상황 등을 입력해 모의 접근비행도 실시했으며 아가냐 공항의 전파간섭현상을 재조사했다. 한미 양국은 각자 조사가 마무리되는 이달말경 하와이에서 합동회의를 열어 이견을 조정한 뒤 조사보고서 작성에 들어갈 예정이나 보고서 작성과 검토에 시간이 걸리고 청문회까지 열어야하기 때문에 최종 보고서는 내년 여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 보상협의 ▼ 희생자 유가족 대책본부는 6일 합동분향소에서 「대책본부 창립총회」를 열고 보상관련 유족대책기구를 구성, 대한항공측과 보상협의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사고원인 조사에 따른 책임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국제협약에 근거해 대한항공 항공운송 약관에 규정한 최고보상액은 10만SDR(국제통화기금 화폐단위·약 1억3천만원)로 성별 연령 직업 등에 따라 이 범위내에서 보상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유족이 이를 받아 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개별적인 소송 절차를 밟게 된다. 괌공항 관제시설의 문제점이 많이 드러난 상태이기 때문에 유족들은 미 연방정부 상대의 소송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 희생자 신원확인 ▼ 전체 탑승자 2백54명 중 사망자는 지난달 31일 미국 휴스턴 샌안토니오 육군병원에서 치료 중 숨진 정용학씨(40)를 포함, 모두 2백28명. 외국인사망자 16명을 제외한 내국인 사망자만 2백12명에 이른다. 이중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90명. 이 가운데 현지에서 장례를 치르거나 운구를 기다리는 유해를 제외한 84구가 국내로 이송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지난달 29일 신원확인이 안된 나머지 1백22구의 시신을 1백88개의 시신가방에 담아 미국정부와 함께 유전자(DNA)감식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이중 60∼70구는 훼손정도가 심해 신원확인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준우·홍성철기자·괌〓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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