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우선변제 헌법불합치 결정]노사갈등 「새불씨」

  • 입력 1997년 8월 21일 20시 32분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 우선변제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앞으로 기업이 파산할 때 근로자들이 퇴직금을 받기가 매우 어려워지게 됐다.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각 사업장에서는 단체협약에 퇴직금지급 방안을 도입하자는 노조측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여 노사관계에 일파만파의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우선 헌재결정은 현재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수만명의 근로자에게 당장 영향을 끼친다. 퇴직금 우선변제 조항의 적용이 21일부터 중지됨에 따라 이날 현재 기업파산으로 퇴직금을 못받고있던근로자는퇴직금을 받을 길이막막해져버린것이다. 물론 앞으로 발생할 파산 기업의 근로자들도 마찬가지여서 이번 헌재 결정은 사실상 전국의 모든 근로자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달 중순 현재 임금이나 퇴직금을 못받고 있는 근로자는 6만6천여명으로 총 체불임금 1천5백92억원중 48%인 7백31억여원이 퇴직금이다. 법정 퇴직금 제도는 아니지만 92%의 기업이 퇴직금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엔 도산시 퇴직금의 80%를 산재보험기금에서 지급토록 하고 있다. 대만은 미리 기업측이 퇴직준비금을 매월 금융기관에 적립해 노사대표가 공동 관리토록 하고 있으며 적립준비금에 대해선 양도 압류 담보제공이 금지된다. 우리나라는 근로기준법의 우선변제조항을 제외하곤 퇴직금 체불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노동법개정 논의때 노동계는 『기업의 자산이 부족할 경우엔 최우선변제 조항만으론 불안하므로 사업주가 평상시 매년 회계연도 말일까지 전체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의 50%이상을 금융기관에 적립토록 의무화하자』고 요구한 바 있다. 따라서 유일한 보호장치였던 우선변제 조항마저 효력이 정지된 것은 노동계로서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노동부는 헌재결정에 매우 곤혹스러워하면서 곧 법개정 작업에 본격 착수할 움직임이다. 노동부는 현재 임금의 경우 전액이 아닌 3개월치만 최우선변제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처럼 퇴직금도 전액이 아닌 일부만 최우선변제 대상으로 법을 개정할 경우 헌재 결정 취지에 어긋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사업장에서는 「퇴직연금보험 가입」「임금채권보장 기금설립」등 퇴직금 확보방안을 마련해달라는 노조측의 요구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또 퇴직금 중간정산제를 도입하자고 적극 요구하는 노조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이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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