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대변인 조사 공방]불씨 커진 「기획 人北說」

  • 입력 1997년 8월 21일 20시 32분


吳益濟(오익제)씨의 「기획입북설」을 처음 제기한 국민회의 鄭東泳(정동영)대변인에 대해 안기부가 비록 참고인 자격이지만 수사를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오씨 월북사건이 국민회의와 안기부간 공방으로 비화하고 있다. 신한국당측은 즉각 국민회의의 「기획입북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불씨 지피기」에 나섰다. 그렇다면 정대변인이 「기획입북설」을 제기한 발단과 배경은 무엇이고 정대변인이 말한 제보자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국민회의측에 따르면 제보자가 처음 당 상황실을 찾아온 것은 지난 18일 밤 9시반경이었다. 자신을 「사업가」로 밝힌 이 제보자는 당시 상황실장이었던 정세분석실 崔庸植(최용식)국장의 안내로 대변인실을 찾았다. 당시 대변인실에는 柳容圭(유용규)국장과 張全亨(장전형)전문위원이 있었다. 이들은 즉시 밖에 있던 정대변인에게 전화를 했고 정대변인은 당사에서 제보자를 만나 밖으로 나간 뒤 3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대변인실 유국장은 제보자에 대해 『흰 남방셔츠에 검정계통의 바지를 입었고 키는 약 1m65에서 1m70으로 다소 뚱뚱한 체격이었다』고 말했다. 정대변인은 이를 바탕으로 19일 오전 오씨의 「기획입북설」을 제기했다. 정대변인은 『50대 초반의 사업가로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오씨의 입북은 정보기관이 밀파한 의혹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대변인은 그 근거로 「오씨가 지난 93년 10월 북경에서 북한 천도교대표 유미영을 만난 뒤 다시 북한에 있는 딸을 만났다」는 제보자의 발언을 앞세웠다. 국민회의측은 「제보자」에 대해 안기부가 수사에 착수한 21일 오전 당 관계자를 통해 제보자를 다시 만나 안기부 수사에 협조할 의향이 있는지를 타진했다. 金民錫(김민석)수석부대변인은 이와 관련, 『신원을 밝힐 수 없지만 제보자는 공개적이고 대중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단체의 간부』라며 『제보자가 「지금은 공적인 일을 하고 있어 신분을 밝히기 어렵고 추후에 신분을 밝힐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비록 제보자가 실재했다 하더라도 「고급정보」에 접할 수 없는 민간인의 말만 듣고 「기획입북설」을 제기한 것은 경솔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 같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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