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KAL「사고원인」마찰 예상…美측,조종사실수 추정

  • 입력 1997년 8월 8일 14시 32분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사흘째인 8일 韓美양국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현장조사에 착수, 사고원인 규명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원인과 관련, 한국쪽은 공항착륙유도시설의 고장과 기상악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미국측은 정비불량에 따른 기체결함이나 조종사의 과실 등으로 추정, 조사과정에서 양측간의 마찰이 예상된다. 한국정부조사반 美교통안전위원회(NTSB) 美연방항공국(FAA) 대한항공 보잉사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이날 사고장소인 니미츠 힐에서 추락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날 조사는 NTSB팀 한국정부조사팀 항공사팀으로 나뉘어 헬機편으로 일단 사고현장을 둘러본 뒤 최초 추락지점과 지상 활주거리, 항공기 잔해 등을 정밀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앞서 NTSB의 조지 W.블랙 위원은 대한항공機 추락사고의 원인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태이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블랙 위원은 美NBC방송의 「투데이 쇼」와 가진 회견에서 『조종상태에서 지상으로 충돌해 들어가는 비행(CONTROLLED FLIGHT INTO TERRAIN)의 특징이 이번 사고에서도 나타났다』면서 이같은 비행은 『일반적으로 누군가의 실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NTSB의 봅 반델 기술사업국장은 『이 경우 조종사는 비행기의 실제위치보다 높은 곳이나 혹은 옆쪽을 날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며 『조종사에 대한 훈련강화와 계기설치 등으로 이같은 상황을 줄일 수 있지만 아직도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NBC방송은 이날 『美당국의 1차적인 비행기록 점검결과 조종사가 착각을 일으켜 착륙정보를 잘못 입력,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 이번 사고가 조종사의 실수로 일어났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측은 『사고기는 활주로에서 5.3∼4.8㎞ 떨어진 최종접근(FINAL APPROACH) 지점에서 정상고도의 절반 수준인 2백∼3백m로 고도가 갑자기 떨어지면서 산 봉우리에 랜딩기어가 걸리며 추락했다』며 『이는 급하강 기류(Micro Burst)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李起雄 비행교관팀장(42)은 『사고기 기장과 부기장 등이 모두 비행경험이 많은 베테랑이기 때문에 조종사의 실수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공항내 자동착륙시스템(ILS)이 고장난 상태에서 급작스런 기상변화로 사고가 났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金承祚 교수는 『항공기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고 탑재장비가 고장났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정비불량에 의한 기체결함으로 인한 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金七英 한국항공대 교수도 『아가냐 공항이 美정부요원이 아닌 민간관제사가 보잉 747機 등 대형 여객기의 이착륙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공항측의 과실이 사고원인중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韓美양국은 오는 10일 美워싱턴 NTSB 본부에서 한국사고조사반 소속 崔興鈺 항공사무관, 변순철씨(블랙박스해독 전문가) 등 정부 관계자 2명과 대한항공 직원 2명등 우리측 관계자 4명이 참여한 가운데 승무원간의 대화 및 관제탑과의 교신내용 등이 담긴 블랙박스의 음성정보입력기(CVR) 해독작업을 실시키로 했다. 이에따라 빠르면 오는 11일께 사고기 블랙박스의 1차 해독결과가 나와 처음으로 이번 사고의 원인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한편 FTSB는 사고 첫날 당초 알려진 것보다 3구가 적은 66구의 시신을 발굴한데 이어 40구를 추가 발굴, 모두 1백6구의 시신을 거뒀다며 오는 10일께까지 시신수습을 계속한 뒤 신원확인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TSB는 이날도 희생자 신원확인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유가족들을 12개 그룹으로 나눠 인터뷰를 실시했다. 괌한인불교회는 이날 오후 3시께 사고현장을 방문,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법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전 6시 한국으로 후송될 예정이었던 11명의 부상자 2차후송은 수송기 사정으로 오후로 늦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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