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10대③]『틀에 박힌건 싫다』 멋대로 행동

  • 입력 1997년 7월 11일 19시 59분


서울 강남 C중 2학년 담임교사 이모씨(42)는 지난 9일 점심시간에 교실로 들어가다 「기막힌」 일을 당했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오던 김모군(14)과 마주쳐 비켜 달라고 말하자 김군이 위 아래를 훑어보며 『선생님 제가 먼저 문을 열었잖아요』라고 쏘아붙인 것. 이같은 풍경은 몇해전까지만해도 상상키 힘들었던 일. 문제는 김군과 같은 「당돌한 10대」가 이제는 아주 특수한 경우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입고 다니는 힙합바지(일명 똥싼바지)는 어른들이 질색하는 것이지만 청소년들 사이에선 인기가 높다. 날이 선 고급바지보다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스러운 멋대로의 바지가 그들에겐 훨씬 마음에 든다. 70년대 세대들까지만 해도 의사 판검사 교수 등이 미래의 희망이었으나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청소년들에게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컴도사」도 좋고 생각에 따라 유명한 백댄서가 되는 것도 꿈이다. 선망하는 인물도 과거에는 역사적 위인이나 자선사업가 권력자 등이었지만 이제는 마이클 조던 등 미국 프로농구 스타들이나 제 또래 가수들로 바뀌었다. 고려대 교육학과 韓龍震(한용진)교수는 『10대들의 탈권위적 성향을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겠으나 가정에서의 「밥상머리」교육 부재로 청소년들이 승복해야할 권위에도 반발하는 경향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TV채널 선택권의 경우 가장에서 주부를 거쳐 10대들로 옮겨진지 오래고 가장의 역할이 자칫 「돈버는 기계」로 인식되는 우려되는 현실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의 미덕인 「권위존중」 「예절」 「희생」 「장유유서」 등의 전통윤리가 크게 훼손된 상태에서 새로운 가치를 흡수하지 못한 채 정신적으로 황량한 공백기를 맞이한 10대들.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던 80년대에 태어난 그들은 핵가족화와 맞벌이부부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부모들로부터 적절한 인성교육을 받지 못한 채 성장했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꾸짖으면 당장 『아저씨 아줌마나 잘 해요』라는 면박을 받기 일쑤고 경로우대석에 10대가 앉아 있을 경우 노인들이 자리를 양보받는 모습을 과거에 비해 찾기가 힘들게 됐다. 한국청소년개발원 李鍾遠(이종원)실장은 『새로운 공동체의식이나 건강한 대체문화가 자리잡지 않은 사회에서 성장한 10대들은 믿고 따라갈 규범이나 가치를 찾지 못한 채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청소년대화의 광장 具本容(구본용)실장은 『옛날과 같은 권위지향의 집단교육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예절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유를 갈구하는 10대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인성위주의 교육환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위용·박정훈·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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