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李鍾權씨 변사]남총련의장 관련여부 조사

  • 입력 1997년 6월 11일 19시 58분


지난달 27일 전남대 구내에서 발생한 李鍾權(이종권·25)씨 변사사건에 대한 경찰의 견해는 분명한 「타살」이다. 그러나 형사 보안 정보 등 3개부서 합동수사반을 편성, 수사중인 경찰은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나도록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 전남대 사건현장 ▼ 경찰은 지난 7일 시체 발견장소인 대강당주변 등 전남대 구내 현장조사에서 이씨를 발견, 응급구조했다는 전모씨(27·전 S대총학생회장) 등의 진술에 의문점이 많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전씨는 『후문 체육관 앞 잔디밭에서 동료학생 9명과 술을 마신 뒤 학생회관쪽으로 가다 이씨를 발견했다』고 말했으나 학내 경비원 등은 『술마시는 학생들을 본 사실이 없으며 최루가스가 가득해 술을 마실만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또 『대강당 옆 잔디밭에서 신음중인 이씨를 혼자 등에 업고 학생회관 2층의 한 동아리방으로 옮겨 진통제와 물을 먹인 후 인공호흡을 시키다 119에 신고했다』는 진술도 시국사건 수배자의 행동원칙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지적,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 관련자 수사 ▼ 경찰은 전씨와 함께 119에 신고한 장모씨(25·전 M대 투쟁국장) 등 모두 5,6명이 어떤 식으로든 이씨의 죽음과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경찰은 또 사건 당일 전남대 학생회관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남총련의장 정의찬씨(25·구속)가 최소한 이 사건의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관련여부를 조사중이다. ▼ 전화발신지추적 ▼ 경찰은 시체발견 전날 오후9시반경 이씨의 집(전남 장성군)에 전화를 걸어 어머니와 통화한 20대 남자의 전화발신지 추적작업에 일단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경찰은 시체발견장소와 가장 가까운 전남대 학생회관 14회선과 주변 공중전화의 발신기록을 뒤지고 있으나 전남대 구내전화가 사설구내교환기(PBX)를 통해 북광주전화국을 거쳐 한 회선당 수백통의 통화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마그네틱 테이프를 확인하는 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작업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경찰은 전남대 구내 전체 2천회선에 대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 시체부검 ▼ 이씨의 시체를 부검한 전남대법의학팀은 「표피박탈은 둔탁한 물체에 의해 직각 또는 그와 비슷한 방향으로 압박한 상처로 추정되며 양팔과 허벅지 안쪽이 암적색으로 변한 것은 외상성 쇼크로 보인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제출했다. 외상성 쇼크는 비교적 넓은 신체부위에서 모세혈관이 터지는 피하출혈로 체내혈액 상당량이 정체돼 일어나는 것으로 한양대 구내에서 숨진 李石(이석)씨도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 〈광주〓정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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