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강경대응 배경]검찰,「親北이적성 노골화」판단

  • 입력 1997년 6월 10일 20시 22분


정부가 한총련 자체를 이적단체로 규정한 것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학생운동을 뿌리뽑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해석된다.

국가보안법상 불법단체는 반국가단체와 이적단체 등 두가지로 나뉜다.

이중 북한정부와 조총련, 사로맹 등은 반국가단체로 분류돼있고 이적단체는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으로 이들의 이념 노선을 선전선동하는 경우」로 규정돼 있다.

검찰은 그동안 한총련 자체를 이적단체로 규정할 경우 소속 대학생을 모두 이적단체 가입혐의로 처벌해야 하는 법률적인 문제 때문에 한총련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조국통일위원회와 정책위원회 등 3개 산하조직만 이적단체로 규정해 형사처벌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총련을 일반학생의 의사와는 관계없는 친북노선을 걷는 「운동권 간부들의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처벌대상도 한총련의 중앙조직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대의원 1천2백여명 등 1백56개 대학 학생회간부 2천여명으로 한정했다.

검찰이 강경노선으로 선회한 것은 연세대 사태를 계기로 한총련의 친북이적성이 노골화하면서 변질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李石(이석·23)씨 상해치사사건 등으로 한총련에 대한 국민여론이 극도로 나빠져 한총련을 와해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연세대 경남대 등 40개 대학이 지난해 8월 연세대 사태 이후 한총련을 탈퇴하거나 회비납부를 거부하는 등 한총련에 반발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정한 시한인 7월31일까지 상당수 대학이 탈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한총련이 내부적으로도 동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총련 산하 9개 지역총련 중 전북총련과 경인총련은 11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한총련 노선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비폭력적 방법으로 투쟁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검찰과 경찰은 이같은 움직임을 한총련 탈퇴를 위한 첫 수순으로 보고 있다. 검경은 한총련의 본거지인 남총련 간부출신 10여명이 11일 『일반학생의 정서에 배치되는 한총련의 투쟁방법을 대중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개혁하라』고 공개요구할 예정인 점을 하나의 근거로 들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의지대로 한총련이 해체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한총련 지도부는 이미 현실감각을 상실해 여론의 흐름을 감지할 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총련을 자진해산하는 일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

한총련을 강제로 해체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고도의 도피기술을 체득한 의장 등 핵심지도부를 검거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일인데다 설령 일부 간부들을 검거한다 하더라도 한총련 자체를 와해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총련이란 공개조직 뒤에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또는 그 이상의 프로운동가로 구성된 배후조직이 버티고 있다. 「한총련의 실제서열상 의장은 10위 안에도 못 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국은 아직 이들의 신원은 물론 정확한 숫자나 활동방식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공개조직이 와해되더라도 다시 재건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조원표·이철용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