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은 어디로…]재야도 『해체하라』 규탄

  • 입력 1997년 6월 6일 20시 17분


93년 출범한 한총련은 20대 근로자 李石(이석)씨 폭행치사 사건을 계기로 『해체하라』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여야 정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재야 운동권 단체들도 한총련의 폭력행위를 규탄하고 한총련의 해체를 요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80년대 독재정권의 종지부를 찍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학생운동이 왜 이 지경에 이른 것일까. 또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어디인가. 무엇보다도 한총련은 자신들의 구태의연한 사상체계가 급변하는 세계 사조는 물론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학생운동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동원하는 폭력시위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권위주의적인 독재정권하에서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 공권력에 맞선 학생들의 폭력시위가 「불가피성」을 용인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언론의 자유와 시위의 자유도 보장되고 있어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들의 주장을 표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 경찰의 폭력에 맞서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폭력시위를 한다는 한총련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동원하는 공권력에 폭력으로 대항하는 것을 용인한다면 어떻게 법치국가가 존립할 수 있겠느냐는 것. 한총련은 일반학생들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 집회때마다 반복되는 폭력시위에 많은 학생들이 염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최근 연세대가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세대 학생 2명중 1명이 총학생회의 한총련 탈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차기 총학생회 선거에서 비운동권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학생들의 이같은 정서를 반영, 지난 5월까지 41개 대학이 한총련 탈퇴나 회비납부 거부를 선언했다. 비운동권 총학생회장을 둔 대학들은 새로운 조직 결성을 준비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도 학생운동을 더이상 인권을 탄압하는 권위주의적 정부에 맞서는 「의로운 투쟁」으로 보지 않는다. 지난달말 서울의 한 대학에서 운동권 학생들이 가두시위를 하기 위해 학교앞 왕복 10차로도로를 막아서자 운전자들이 일제히 경적을 울리며 학생들을 향해 차를 밀고 들어갔다. 학생들은 결국 학교안으로 되돌아 갈 수 밖에 없었다. 한총련이 스스로 학생운동의 종말을 향해 벼랑끝으로 달려가는 우를 범하는 사이 새로운 사고와 지성으로 무장된 제3의 물결이 서서히 밀려오고 있다. 〈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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