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정치인 처벌,「압력행사」 입증해야 가능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15분


[河宗大 기자] 검찰이 구속된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을 상대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로비의혹을 본격수사함에 따라 정씨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들이 드러나면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한보특혜대출의혹사건과 관련, 직간접으로 은행장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정가에서 거명되는 정치인은 20∼60여명선이나 검찰수사로 실제 한보와의 「커넥션」이 드러날 정치인이 과연 몇명이 될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이와 관련, 검찰관계자는 『정씨가 「자물통」이라는 별명대로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있다』고 말해 정치인들의 수뢰 및 대출압력 혐의에 대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 수사결과 정치인들이 정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다고 해도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은행장이나 재정경제원 등 관계 인사들의 경우 정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곧바로 알선수재죄나 수뢰죄가 적용될 수 있지만 정치인들은 이와 다르다. 정치인들은 아무리 많은 돈을 받았을지라도 단순히 정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정치자금법은 아무런 조건없이 돈을 받았을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돈을 받고 은행에 특혜대출을 청탁하거나 압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는 달라진다. 이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가 적용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알선수재죄를 적용하려면 검찰은 우선 촌지나 인사정도의 돈이 아니라 특혜대출을 청탁할만한 거액이 오간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또 뇌물이 오간 시점과 특혜대출 시점을 일치시켜야 하며 특혜대출을 위한 압력을 행사한 사실도 입증해야 한다. 정치인의 형사처벌이 이처럼 간단치 않은데다 한보측은 대부분 명절이나 선거 때 인사명목이나 후원금조로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실제 돈을 받은 정치인들을 구속시키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지난 92년 이후 국회 재정경제위나 통상산업위에 소속됐던 의원들은 직무상 한보철강의 대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정씨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수뢰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비록 돈을 받은 시점과 특혜대출 시점이 차이가 날지라도 국정감사 등 관련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뢰액수가 1천만원 미만이면 형법상 단순수뢰죄가 적용되지만 1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이면 5년 이상의 징역에, 5천만원 이상이면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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