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명동성당 철수]『소기목적 달성』 전열 정비

  • 입력 1997년 1월 24일 20시 14분


[李明宰 기자] 24일 오전 權永吉(권영길)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는 30일간 농성을 벌여왔던 명동성당 내 성모동산의 천막을 걷어내느라 부산했다. 권위원장은 이날 「고별 기자회견」에서 『명동성당을 떠나는 것이 투쟁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난 한달간 명동성당에서의 농성과 파업지휘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같은 자평을 가능케 한 데는 우선 명동성당의 상징성이 큰 몫을 했다. 87년이후 「저항의 장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하는 것만으로도 민주노총은 국민의 눈과 귀를 붙잡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같은 최적의 장소를 떠나려고 결정했을까.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여야영수회담에서 사전구속영장의 강제집행이 유예된 이후에도 『성당을 철수할 뜻이 없다』고 밝혔었다. 그 방침을 사흘만에 뒤집은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과정에서 국민여론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장기전으로 국면이 바뀌었는데도 명동성당에서 계속 머무는 것은 그동안 지지해준 국민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당철수 결정에는 성당측의 입장도 고려됐다. 한달 동안의 농성으로 불편을 겪어온 성당측은 영장집행유예가 결정된 이후 태도가 다소 바뀌어 『더 이상 성소에 머물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넓게는 천주교측과의 관계도 고려했다는 후문. 이번 파업사태의 국면을 바꾸는 데는 金壽煥(김수환)추기경 등 천주교측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따라서 더이상 불필요한 마찰을 빚을 경우 우호적이었던 천주교측이 등을 돌릴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